안녕하세요, 여러분.

인도네시아에서 언어와 문화를 공부하고 있는 현지아 기자입니다.

저는 인도네시아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전공자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4개월 + 현지에서 5개월 경력(?)의 학습자로서 부족한 지식으로나마 인도네시아어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인도네시아어는 말레이어를 표준화한 언어로, 1928년 청년의 맹세(Sumpah Pemuda)라는 선언을 통해 공통어로 인정되었습니다.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약 1억 6,300만 명, 제2언어로 사용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면 약 2억 6,800만 명이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Q1. 인도네시아어는 배우기 쉽다?!

인도네시아어는 비교적 배우기 쉬운 언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세안의 업무상 공용어로 채택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을 정도인데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저의 경우에도 아래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학습 초반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인도네시아어는 영어 알파벳을 사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글자를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은 없습니다. 또, 영어와 기본적인 어순(주어-서술어-목적어 순)은 같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신 분은 초반에 힘들지 않게 공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주어 서술어 목적어

Saya minum kopi (사야 미눔 코피)

나는 마신다 커피


또, 인도네시아어의 발음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습니다. 위의 예시처럼 알파벳 그대로 발음되는 편이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발음의 예로는 /r/과 /l/이 있습니다. /l/은 한국어의 ‘ㄹ’받침의 소리와 유사한 반면, /r/은 스페인어처럼 입천장을 치며 혀를 굴리며 내는 소리입니다.

인도네시아어를 포함한 대부분 동남아시아 언어의 공통적인 특징은 시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시제가 없는 대신 시점을 나타내는 ‘어제’, ‘오늘’과 같은 시간부사나 시제를 표현해주는 조동사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시제가 복잡한 영어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지만 반면에 특정 시제를 표현하고자 할 때는 오히려 헛갈릴 때도 있습니다. 성조와 존대어가 없다는 점 또한 인도네시아어가 비교적 배우기 쉬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어 학습에도 난점은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4개월 정도 공부를 하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인도네시아에 왔는데요. 처음에 왔을 때는 정말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수업에서 배우는 언어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언어가 굉장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상 언어는 규칙을 캐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지에서 매일매일 부딪히며 배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Q2.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시아어는 같다?!

말레이어는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인도네시아어는 말레이어의 한 파인 말레이 리아우(Melayu Riau)를 표준화한 언어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들이 다르기 때문에 엄연히 다른 언어로 구분됩니다.


Q3.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최소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

인도네시아에는 300개 이상의 종족이 살고 있고, 인도네시아어가 표준화되기 전까지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왔습니다. 지역어 혹은 종족어의 수는 학자에 따라 다르게 추산하지만 제가 참고한 서적에 의하면 7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도네시아인은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할 줄 알지만 가정에서나 일상생활에서는 지역/종족어를 사용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자바 섬(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섬)을 예로 들면, 서부 자바는 순다어, 중부와 동부 자바는 자바어를 주요 언어라고 할 수 있는데 중부와 동부 자바어는 또 다르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 인도네시아어와 거의 유사한 지역/종족어도 있고, 완전히 다른 언어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순다어입니다. 순다족은 제가 사는 반둥의 주요 종족으로 같은 순다 사람들끼리는 순다어를 사용해 의사소통합니다. 순다어는 자바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역/종족어입니다.



순다어





자바어를 비롯해 순다어에는 한국어처럼 높임말이 존재하는데요. 

①나이가 보다 많거나 존경받는 사람, ②동년배나 가까운 친구, ③동물, 이렇게 주체/대상에 따라 사용되는 단어가 달라집니다. 

한국어는 존댓말을 만들 때 어느 정도 규칙이 있다면, 순다어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같은 뜻이더라도 주체/대상에 따라 아예 다른 단어를 사용합니다. 언젠가는 순다어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 사실을 깨닫고 좌절했습니다. 

또 예를 들어, ‘넘어지다’를 표현하는 순다어 단어는 앞으로 넘어지다, 뒤로 넘어지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다, 걸려 넘어지다, 미끄러 넘어지다 등 3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순다어를 배우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야할듯 싶네요.

현재 인도네시아어는 영어 알파벳을 사용하지만, 원래 자바어와 순다어에는 고유의 글자가 있습니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어린 학생들이나 청년들은 지역/종족어보다 인도네시아어를 선호한다고 하는데요.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지역/종족어는 오래되고 세련되지 못한 언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중요하고 소중한 문화 중 하나로서 다양한 지역/종족 언어가 오래도록 보존되기를 바라봅니다.



자바어


자바어 글자 @ 2013. Alteaven. all rights reserved.


Q4. 인도네시아어는 네덜란드어에서 영향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1945년 8월 17일 독립 전까지 여러 나라의 식민 지배를 받아 포르투갈어와 네덜란드어의 영향을 받았고, 이외에도 문화 전파로 인해 산스크리트어, 아랍어, 중국어도 인도네시아어에 흔적을 남겼으며, 오늘날은 특히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는 300여 년간 인도네시아의 식민 종주국이었므로 그 영향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어를 접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롬복에 여행을 갔을 때 만난 네덜란드인-인도네시아인 커플이 두 언어 간 비슷한 단어가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예로는 책을 뜻하는 ‘부꾸buku(boek)’, 냉장고를 뜻하는 ‘꿀까스kulkas(koelkast)’ 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확인해보았습니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으로 우연히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인도네시아어이지만, 어쩌다 보니 현지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네요. 

언어는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어는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해볼 수 있는 외국어입니다.  인도네시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오늘부터 차근차근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용 출처
-Florian Hutagalung, 『The바른 인도네시아어 STEP1』, 

㈜이씨케이교육(2014)
-Abdul Hmaid, Wagiati, Nana Suryana, 『Mahir Berbahasa INDONESIA bagi penutur Asing: Jilid4』, Universitasa Padjadjaran(2017) 



by 한-아세안 센터 (현지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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