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둘 피트리 혹은 르바란


지난주 일주일은 인도네시아 아니 이슬람국가 최대명절인 Idul Fitri 이둘피트리(르바란)이었다. 달력에 나온 빨간날이 7월 28, 29일.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토요일인 7월 26일 부터 어제인 8월 3일까지 공식 휴일로 현지 학교, 유치원, 관공서들이 모두 문을 닫고 가게들도 거의 문을 닫았다. 현지학교인 우리 아이들 학교도 르바란 방학을 일주일 하고 오늘 아침에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갔다. 

르바란 전에는 40일 동안의 금식기간이 있는데 이를 Puasa(뿌아사)기간이라고 한다. 이슬람인들은 새벽에 해뜨기전에 하루 동안 버틸 음식을 먹고 해가 지는 5시 반 정도에 밥을 먹어도 좋다는 기도소리가 사원에서 울려 퍼지면 미친듯이 밥을 먹는다. 

식당들은 Buka Puasa(부까 뿌아사, 해 지고 밥을 먹는 시간)에 맞춰서 몰려드는 손님들을 위해 하루종일 예약된 음식들을 상에 차려 놓고 미리 온 손님들은 그 음식들 앞에서 밥을 먹어도 좋다는 사원의 소리를 기다리면 음식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 그리고 기다리던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단 것이 가득한 음료수나 죽으로 배를 진정 시킨 다음 미친듯이 밥을 먹는다. 그래서 이 뿌아사 기간에 사람들은 살이 더 찌고 위를 상하는 사람들이 부지기 수이며 식당이나 가게들이 이때가 바로 대목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기억하고 그들을 돕고 그간에 내가 지은 죄를 되돌아 본다는 뿌아사 기간의 의미와 미친듯이 먹어대는 이들을 보면서 난 항상 아이러니한 이 종교를 생각하게 된다. 

이 뿌아사 기간에는 사람들이 배가 고파 신경이 날카로워 져 있어서 일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건드리면 안되며 이 기간에 행한 모든 악은 용서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도둑질을 해도 사람을 죽여도 교통사고를 내도 죄를 물을 수가 없다고 하니 이 또한 아이러니하다. 

뿌아사가 끝나는 르바란 전날은 그야말로 축제 전야이다. 

우리의 설날 전날 처럼... 모두들 고향으로 가느라 고속도로며 국도는 마비고 국도들에는 우회도로를 알리는 안내파들이 세워지며 몰들은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그 일대가 차로 가득하다. 

 뿌아사가 끝나는 밤부터 르바란인 다음날 새벽까지 사원에서는 끊임없이 기도소리가 이어져서 우리는 잠을 잘 수가 없고 밤새 터지는 폭죽소리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아야하는데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는 르바란이다. 

 그리고 일하던 사람들도 일주일씩 휴가를 가기 때문에 중국계들은 평소 안하던 밥이며 청소 빨래를 안하기 위해 외국으로, 외국으로 아니면 호텔로 호텔로 떠난다.. 

 남의 나라 명절이 우리 명절 같고, 고향에도 못가는 사람들 처럼 우리는 매년 르바란이면 일년중 가장 쓸쓸하게 인도네시아에서 보낸다.

올해 르바란에는 일하는 사람들 평소에 우리에게 고맙게 많이 도와준 사람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했다. 

여기 인도네시아도 명절이기 때문에 선물셋트를 주고 집집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100% 보너스와 선물셋트를 안겨서 집으로 보낸다. 그리고 르바란이 끝나면 보너스와 선물을 다 챙기고 다시 일하러 안 와 버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마트에 가서 내가 적은 목록대로 10명에게 줄 선물을 샀다. 여기는 주로 쌀, 설탕, 식용유, 밀가루, 라면등을 나눠준다. 우리 나라 옛날 명절 선물 같아 정겹다.


이둘 피트리 선물


그래도 나는 한국사람이니 인도네시아 사람이랑은 쪼끔 다르게 줘 보자..


선물


야심차게 준비한 바로 이것들.. 달달한 음료수 한 박스, 젤로 비쌌던 식용유, 루왁이 쬐끔 들어간 커피, 그리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정말로 사랑하는 달고도 단 시럽! 한국돈 만원도 안되는 돈이 이렇게 푸짐한 선물을 만든다.


르바란 선물



박스에 덜렁 넣어서 주려다가 한국에서 갖고온 이쁜 포장지로 열심히 포장을 했다. 난 한국인이니까 한국 스타일로...
열박스를 포장하는 것도 노동이더라. 그래도 받는 사람들이 좋아할거라 생각하면서 열심히 싸고 또 싼다.


포장


열박스 중에 한 박스는 집에 가는 기사 손에 들려보냈다. 입이 찢어지게 좋아라 한다.. 

그런데 요놈~~ 보너스 받고 선물 받고 월급도 다 받아가고 일하러 안나온다!!! 항상 주고도 뒷 끝이 안 좋게 되고 마는 이 나라.. 

하지만 Mrs. Lee, Terima kasi banyak(고맙습니다) 이라는 문자를 날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난 오늘도 행복하다. 


명절이 다 끝난 마당에 알려주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르바란 인사말은 이렇다. 


 Selamat Idul Fitri!! 르바란을 축하합니다. 

 Mohon maaf lahir dan batin!! 제가 지금껏 잘 못 한 것이 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이것에 대한 대답은 Sama sama. 뭘요 

 Selamat Idul Fitri juga. 저도 르바란을 축하합니다.


르바란


끄디리뇨냐와 즐겨보는 인도네시아

by 끄디리뇨냐(차인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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