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사는 8년 동안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더 많았지만 가끔은 말도 안 되고, 납득이 안 되고 화나는 일이 생긴다. 이번 일도 그렇다.

지난 4월에 한국에 갔을때 어머님이 집에 샴푸가 많으니 갖고 가라고 하셨다. 샴푸는 무거워서 들고 오기 힘들고, 인도네시아에서 샴푸를 구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공짜로 받은거고 한국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부들부들 머릿결이 더 좋기 때문에 가지고 오려고 챙겼다. 그런데 짐을 싸다가 보니 다른 짐이 너무나 많아서 책하고 샴푸만 이엠에스로 보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한국에서 이엠에스로 물건을 보내면 1주일에서 10일이면 도착을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물건이 도착을 안 하는거다. 송장조회를 해 보니 자카르타에 있다고 나오고, 전화를 하면 수라바야 공항 앞 우체국 세관에 있다고 했다. 그때 문제가 생겼구나 싶어서 몇번 전화로 언제 오나 확인만 하다가 전화호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물건이 있다는 우체국으로 갔다. 송장번호를 말하니 직원이 뒷쪽 사무실로 가란다. 나 말고도 외국인들이 몇 있었는데 현지인을 대동하고 온 사람도 있는것이, 보낸 물건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온 것 같았다.

내 차례가 되서 송장번호를 말하니 샴푸는 화장품류에 속하는 반입금지 품목이라서 근처에 있는 세관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세금을 내면 물건을 찾겠지, 비싸게 부르면 그냥 버리고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우체국에서 알려준 세관으로 갔다.



인도네시아 ems 우체국


우체국에서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일단 장소를 옮긴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다. 수라바야 주안다 공항 세관은 깔끔하고, 규모도 컸다. 내가 이런 곳에 올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로 오게 될 줄이야.

입구에서 방문객 카드를 받고 안으로 들어 가니, 접수 하는 곳에 가서 온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 우체국에서 만들어 준 서류를 보여주니 기다리란다. 그때 까지도 기다리다가 서류 보여주면 샴푸까진 아니더라도 책은 내 주겠지 생각했다.


인도네시아 세관

내 앞에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아닌데 세관에 오는 이유가 다 그렇듯이 따지고,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싸우고,,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세관

내 차례가 되서 물건 달라니 샴푸는 화장품류에 속해서 정식 수입절차를 밟아서 인지를 붙이지 않고는 반입이 금지된 물건이란다. 팔 것도 아니고 내가 집에서 쓸거라니 무슨 이유로든지 간에 정식 수입절차를 밟은 것만 반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비행기 타고 직접 들고 오는건 왜 안 잡냐고 하니까 그건 아무 문제가 안 된단다. 참나,, 비행기로 왕창 갖고 와서 팔든 쓰든 그건 되고 우편 발송한 것은 양이나 사용처에 관계없이 안 된다니 말이 안 되도 너무나 말이 안된다.

거기다가 물건을 받는 사람이 내 이름이 아니라 남편이름이여서 위임장을 써서 와야 한단다. 위임장은 작성해서 인지를 붙이고 이메일이나 우편발송 혹은 방문해서 제출을 하면 된다고 했다. 위임장을 만들 줄 모른다니 친절하게 만들어서 준다. 위임장을 받아 들고 물건도 못 찾고 헛걸음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남편 위임장을 만들어서 다시 갔더니, 위임장 제출하고 나서 물건을 찾아 가도 된다는 통보가 갈때까지 기다리란다. 뭐야 이건!! 서류 다 만들어 왔고, 샴푸는 가지고 갈 수 없다길래 책만 갖고 간다는데 거기서 바로 처리해서 주면되지 무슨 심사를 하고 무슨 통보를 한다는건지.. 집이 가까운 것도 아니고 그냥 해 달라 뭘 또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하냐니까, 이 직원이 처음에 내가 갔을때 통보가면 물건을 찾을 수 있으니 위임장 들고 올 필요 없고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고 말하지 않았냐, 내가 위임장까지 만들어 주지 않았냐면서 되려 화를 낸다.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보내면 일 처리가 더 늦을 것 같아서 내가 직접 간거지, 일 처리가 빠른 나라 같으면 내가 직접 갔겠나?


또 헛걸음하고 집으로 가서 물건을 찾으라는 통보를 받고, 6월에 한국 가는 비행기 타러 공항 가는 길에 물건을 찾으려고 세관에 갔다. 서류를 보더니 이번엔 물건은 여기에 없고 처음에 갔던 우체국에 있다면서 거기로 가란다. 슬슬 화가 났지만 참았다. 우체국으로 가서 서류를 보여주고, 위임장을 주니 물건이 있는 창고로 데리고 간다. 물건 보내고 두달만에 만나는 내 물건들이다. 거기서 박스 뜯고 신문지에 돌돌 싸인 샴푸들을 꺼내는데 샴푸에서 광이 반짝반짝 나는 것이 그 어느 보석 보다도 귀하고 값져 보인다. 총 14개, 넣기도 많이도 넣었다. 세금을 낼테니 달라, 안 되면 한개라도 달라 사정해 봐도 알짤 없이 줄 수 없단다. 그렇게 내 샴푸를 싹 뺏기고, 뒷문으로 가면 박스를 준다고 해서 부랴부랴 차를 몰고 뒷 문으로 갔다.


처음에 물건 찾으러 갔을때 조용히 알았다고만 하고 열받는 일이 생겨도 참고, 이번엔 조용히 물건만 받아 오자 했는데 거기서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안에서 물건 검사 다 하고 내 눈앞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샴푸들 다 뺏긴 것도 화나는데 책 박스를 받으려면 옆건물로 가서 다시 출고장을 받아서 와야한단다.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하나!! 이미 안에서 다 검사 한걸 또 무슨 서류를 하란 말이야, 지금까지 이거 찾으러 몇번을 왔다 갔다 했는데, 그리고 나 비행기 타러 지금 가야한다고!! 비행기 놓치면 책임질거야? 이런 말들을 다 내 뱉진 않았지만 내 마음은 그랬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라 나 비행기 시간 늦어서 지금 가야한다고 집 기사한테 전화 번호 알려 주라니 참나, 내가 비행기 타고 가면 자기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나 내 번호를 알려 주란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지네 나라라고 지들 편이다. 서류 받으라는 사람이 돈을 얼마 주고 가면 자기가 처리한다는 것도 화가 났었는데 비행기 시간이 늦으니 일단 내 번호를 남기고 안 준다는 물건을 차에 싣고, 공항으로 갔다. 그 화가 풀리지 않아서 몇일은 간 것 같다.


그나저나 그렇게 갖고 내 샴푸는 어떻게 됐을까?



EMS 세관에 걸림


By 끄다리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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