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길거리에서는 심심치 않게 다양한 목적의 시위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데요. 저번 달에는 제가 살고 있는 도시인 반둥에서 대규모 시위가벌어졌습니다. 이 집회의 주인공은 바로 인도네시아의 신新구舊 대중교통 기사들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앙꼿이나 택시와 같은 전통적인 교통수단과 우버와 같은 앱기반 교통수단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상이 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기 전에 우선 인도네시아에 어떤 교통수단들이 있는지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현재 갈등의 주체인 몇 가지 종류만 소개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대중 교통수단


Angkot

반둥의 앙꼿 ⓒ 2017. Hyun Jiah. all rights reserved.


- 구舊 교통수단 ① 앙꼿 Angkot

인도네시아 서민의 발이 되어주는 대표적인 교통수단, 앙꼿은 약 10명 가량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미니버스입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볼 수 있으며, 지역마다 이름, 요금, 디자인, 색깔이 다양합니다. 필리핀의 지프니, 태국의 썽태우와 유사한 역할로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반둥에서 기본 요금은 2-3천 루피아(한화 약 160-250원)로 거리에 따라 요금이 상승합니다. 기본적인 노선이 차량마다 쓰여있고 같은 노선의 앙꼿은 차량 색상이 같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인원이 많고 특정 목적지를 원할 경우에는 아예 대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앙꼿을 타고 싶다면 길에서 원하는 노선의 앙꼿이 보일 때 택시를 잡듯 손을 들어 세우면 됩니다.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면 “끼리, 끼리(Kiri, kiri)”라고 말하면 되는데, 요금은 내릴 때 또는 내려서 조수석 창문을 통해 기사에게 지불하면 됩니다.

“끼리”는 인도네시아어로 왼쪽이라는 뜻인데, 도로방향이 우리나라와 정반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승객이 왼쪽 문으로 내리기 때문에 "여기서 내리겠다"는 의미로도 통합니다.


- 구舊 교통수단 ② 택시

택시의 경우, 아직 이용해본 적이 없는데요. 하단에 소개될 쉽고 간편한 선택지가 많기 때문에 사실 택시를 이용할 필요성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반둥의 경우, 공항과 같은 특별히 지정된 구역에서는 아래에 기술될 앱기반 교통수단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 구舊 교통수단 ③ 오젝 Ojek

오젝은 앱기반 교통 서비스가 등장하기 이전 오프라인 방식의 오토바이 택시입니다. 고젝의 브랜드 이름이 바로 이 교통수단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반둥에도 여전히 오젝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요금은 앱기반 교통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오토바이 서비스보다 비싼 편입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없는, 또는 그러한 서비스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오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Ojek vs Gojek

오젝 vs 고젝 Ojek UI vs Gojek ⓒ 2015. Tommy Wahyu Utomo. all rights reserved.



- 신新 교통수단, 앱기반 교통 서비스 / O2O 서비스

O2O란 Online To Offline의 약어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지칭합니다. 국내에도 숙박 O2O, 배달 O2O, 부동산 O2O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와있는데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바로 교통입니다.

대표적인 어플리케이션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인 고젝Gojek, 그랩Grab, 우버Uber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능은 바로 차량과 오토바이 서비스인데요. 가고자 하는 위치를 입력하기만 하면 해당요금을 확인할 수 있고, 기사를 집 앞까지 부를 수 있습니다. 비쌀 것 같지만 사실 아주 저렴합니다. 예를 들어 2km 정도 거리를 그랩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가게 되면 5천 루피아(한화 약 400원)의 요금이 듭니다. 서비스가격 면에서는 그랩-고젝-우버 순으로 저렴하고, 고젝이 가장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고젝

고젝의 다양한 서비스 ⓒ 2017. Hyun Jiah. all rights reserved.

2015년 런칭한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인 고젝은 서비스 분야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교통 뿐만 아니라, 음식배달, 쇼핑, 약품구매, 마사지, 청소 대행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심지어 전기세 납입까지 대행이 가능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2012년 시작된 그랩의 경우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며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미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말레이시아, 싱가폴, 태국,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이외에도 차량 공유 서비스보다는 요금이 비싸긴 하지만 블루버드Blue Bird 라는 온라인 택시 어플리케이션도 안전하고 바가지요금 걱정 없이 탑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블루버드

블루버드 택시 ⓒ 2008. Serenity. all rights reserved.



갈등의 원인과 현황

이러한 O2O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게 된지는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한 이러한 서비스가 기존 방식의 교통수단들을 위협하면서 그 둘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앙꼿, 택시, 오젝이 유일한 선택지였다면, 현재는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진 것인데요.

인도네시아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교통체증문제가 심하기 때문에 앙꼿의 경우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이용한다면 차량보다는 훨씬 시간이 절약됩니다. 또, 승객을 채우기 위해 길거리에 멈춰 호객하는 것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기존 방식의 택시의 경우, 앙꼿 보다는 비싸고 길에서 택시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약점입니다. 또한 외국인의 경우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존 교통수단들의 단점을 O2O서비스들이 정확히 보완해주기 때문에, 소비자의 변심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 장면 ① 구舊 교통수단의 선전포고

지난달 현지 친구들과 소통하는 단체 채팅방에 어떤 정보가 공유되었습니다. 4일간 반둥의 앙꼿 기사들과 택시 기사들이 연합 시위를 벌일 예정이며, 이 때 앱기반 교통수단을 타면 위험할 수 있으니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인의 상식으로는 ‘내 돈 내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데 위험할 게 어디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알고 보니 정말 위험할 수 있더군요. 실제로 이전부터 앙꼿 기사들이 앱 기반 교통수단 기사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모를 하지 않는 지금도 어떤 특정 지역에서는 간혹 그랩, 고젝 기사들을 상대로 한 무차별 폭행이나 승차 방해 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오토바이 주차장

하교 길. 수백 대의 오토바이 ⓒ 2017. Hyun Jiah. all rights reserved.


- 장면 ② 신新 교통수단의 반격

위의 날짜가 지나고 일주일 정도 후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에 있는 큰 공원에 수백 대의 오토바이와 고젝, 그랩 기사들이 밀집해 있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초록색 유니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눈에 띄는 광경이었습니다.

이번엔 또 어떤 일인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실례를 무릅쓰고 옆에서 잠깐 식사 중이신 그랩 기사 분께 말을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첫째, 얼마 전 서부 자바(Jawa Barat) 지방 정부에서 앱기반 교통 서비스의 운영을 무기한 중지시켰으며, 둘째로 현재 법적으로 앱 기반 교통서비스가 대중교통으로서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사들은 위와 같은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있으며, 영업을 방해 받아도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또한, 앙꼿과 고젝이나 그랩의 소비자 군은 사실상 다르며, 어찌되었든 교통수단의 선택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 장면 ③ 영업해도 되나요, 안되나요?

며칠 후에는 반둥 시정에서는 이러한 서비스의 영업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한국을 예로 들면 도청에서는 금지한 사항을 시청에서는 허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아직까지 이륜차를 대중교통으로서 법적으로 인식하는 지점이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점도 혼란과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변화와 이에 적응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은 현대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앙꼿이나 택시 기사들의 이러한 반응은 개인으로서, 또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이 변화가 그들에 삶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이지요.

한편, 앱기반 교통수단 기사들은 아무런 개인적인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폭력과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음에도 계속해서 피해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우버의 시장 진출이 무산이 되었었지요. 현재 카풀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안착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사례를 통해 차량 공유 서비스라는 새로운 흐름을 언제까지나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는 시사점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한편, 기존의 산업의 지형을 완전히 뒤바꿔버릴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특히나 대중교통이나 농업처럼 사회의 기반이 되는 많은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분야의 경우에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배울 수 있겠습니다.


By 한-아세안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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