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남자 와리아

동남아시아 지역,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베트남과 같은 국가를 여행하다보면 길거리에서 여장 남자를 종종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이러한여장 남자를 이들의 모국어로 각각 "와리아,까터이,베데"라 부르는데요. 엄밀히 말씀드리면 이들은 동성애자를 일컫는 게이나 레즈비언과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물론 이들 역시 성적 소수자에 속하기는 하지만,인도네시아 와리아의 경우 전체 인구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기에 (약 250만 명) 결코 적은 숫자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waria


우선 와리아의 어원을 살펴보도록 하죠. 인도네시아어 와리아(Waria)는 여인을 뜻하는 와니따(Wanita)와 남성을 뜻하는 Pria(쁘리아)의 합성어로서 자신이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남성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와리아는 성적으로 남성이면서 여성적 성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데요. 이들은 선천적으로 이러한 특성을 지니기도 하지만 대개는 후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아들보다 딸이 많은 가정에서,전통적으로 여성 우위의 가문에서,모계사회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는 수마트라의 미낭까바우와 같은 지역에서 와리아가 많이 산출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와리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떠할까요? 인도네시아 사회는 기본적으로 "이슬람" 이라는 종교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와리아에 대한 인식이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앞서 설명드렸듯이 적지 않은 수의 와리아가 사회의 일원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고, 이 중에는 엘리트의 수도 꽤 많아 언론 매체에도 종종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0년대 초반에 트랜스젠터 하리수가 등장함으로써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잖아요?



하리수


인도네시아 역시 "나이프"라는 남성 록그룹의 음반 프로모션에서 와리아를 광고에 등장시킴으로써 대중들에게 와리아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와리아는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차별 아닌 차별을 받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취업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직업 선택의 자유마저 누리지 못하기 떄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대부분은 향략 산업으로 빠지고 있는 실정이에요. 이들은 여성에 비해 비교적 술도 잘 마실 수 있고, 손님을 잘 리드할 수 있으며, 미성으로 노래할 수 있기에 밤 업소의 야간 조명 아래에서 여성 이상으로 자신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락 산업에라도 취업을 한 와리아들은 그나마 다행인 편입니다. 사실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겪은 와리아는 마땅한 직업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불쾌한 구걸인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집 앞 카페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있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신호등 앞에서 대기할 때 그들은 어김없이 등장하여 제 앞에서 영문 모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지역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처음에는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했지만, 저에게 피해가 오니 무시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도 인도네시아에서 와리아를 만나게 되면 당황하지 마시고 하던 일을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무관심으로 일관할 경우 약 30초 정도 후에 이들 스스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Bencong


와리아는 사실 벤쫑(Bencong)이나 반치(Banci)라는 슬랭으로 더 많이 사용되는데요. 

(저도 벤쫑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약간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니 가급적이면 와리아라고 불러주세요.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의 여장 남자,와리아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흥미로우셨나요?

우리와는 이질적인 문화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와리아도 인도네시아 문화의 일부이니, 이를 인정해주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By 한-아세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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