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순은 이슬람의 최대 명절인 르바란이 있었다. 이둘피트리(Idul Fitri)라 부르는 르바란을 시작하기 전에 이슬람교인들은 40일간의 금식을 하는데 해가 뜨기 전에 밥을 먹고 해가 지고 나면 다시 밥을 먹는다. 즉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서 금식을 하면서 40일 후에 돌아 올 르바란을 기다리며 자중하고, 선을 행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지낸다.

하루의 금식시간이 끝나는 해가 지는 5시 30분쯤이 되면 사원에서는 일제히 사이렌 비슷한 것을 울려서 이제 밥을 먹어도 되는 시간임을 알린다. 그리고 부까뿌아사(Buka Puasa)가 시작된다. 열다는 뜻의 부까Buka와 금식이라는 뜻의 Puasa 가 합쳐진 말인데 금식을 푼다는 뜻이다. 부까뿌아사가 되면 가족끼리 또는 혼자 물이나 음료수 종류로 하루 종일 허기졌던 위를 달랜 후에 밥을 먹는다. 라마단 기간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가족, 친지, 회사동료, 친구등 여러 모임을 통해서 함께 부까 뿌아사를 한다.

남편회사에서는 매년 회사 직원들과 함께 부까뿌아사를 하는데 항상 식당에 정규직들만 함께 가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올해는 일용직들까지 모두 모여서 회사 마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끄디리로 내려 간 딱 그날이 회사에서 부까뿌아사를 하는 날이라 우리도 참석을 했다.


회사 마당에 사람들이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양쪽으로는 음식준비가 한창이다.


부까 뿌아사



직원들은 컵에 인도네시아식 화채인 에스짬뿌르 Es Campur를 담기 바쁘다. 하루종일 금식 후에 사람들은 이런 에스짬뿌르나 음료수 또는 물을 마신 후에 밥을 먹는다. 식당들은 5시 30분쯤을 기해서 거의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웬만하면 그 시간은 피해서 밥을 먹으러 가는게 낫다. 물론 한식당, 일식당, 중식당 등 금식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식당들은 상관이 없다.


화채 es campur

한쪽에서는 국민음식 박소가 한창 준비중이다. 동네에 단체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다는데 주문을 한 것이라고 한다. 음식을 대량으로 많이 해 봐서인지 일하는 손이 빠르고 척척이다.


박소

여기에 국물만 넣으면 완성인데 하루종일 굶은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겠다. 이슬람교의 금식기간에는 금식을 하다가 어지러워서 사람들이 픽픽 쓰러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금식을 왜 하나싶기도 하다.



bakso

사람들이 벌써 와서 기다린다. 내가 건강검진때문에 하루를 굶을때, 배고프면 못 참는 딸이 "엄마, 저는 건강검진은 못 할 것 같아요" 이러던데, 우리 딸은 금식해야하는 이슬람교가 아닌게 천만다행이다.



bakso2

사람들이 모두 모여 앉고, 이제 부까뿌아사를 시작한다.


부카 뿌아사

사람들 참 많다.

뿌아사기간에는 출퇴근시간이 조정되는데 주로 출퇴근 시간이 빨라진다. 그리고 힘든 일은 되도록이면 안 시키게 되는데 금식을 해서 기운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다.

이슬람교 지도자가 나와서 알라신에게 기도를 한다.


기도

기도하는 그 모습이 참 경건하다.


단체 기도

한쪽에서는 음식준비가 한창이다. 박소와 소또가 준비되었는데, 소또는 닭육수에 강황을 넣은 인도네시아 국민 국이다. 한국에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먹듯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흔하게 먹는 음식이다.


소또

몰려들 사람들 맞이하랴 분주하다.


소또2

음료수도 준비가 되었다. 잘 익은 코코넛 즙을 짜서 그 국물에 여러가지 과일을 넣어서 만든 에스짬뿌르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간식이다.


화채

사람들은 받은 쿠폰을 가지고 와서 음식과 바꾸어 가는데 한 사람이 3장씩 받아서 배 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부카 뿌아사

음식을 나누어 주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줄을 스라고 직원들이 소리를 질러도 듣지도 않는다. 배고픈데는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나중에는 포기하고 그냥 막 나눠준다.



단체 식사


뜨거운 국물이 펄펄 끓고 있는 냄비가 바로 앞인데 사람들은 줄도 안 서고 난리가 났다. 위험하니 줄을 서라, 줄을 안 서면 안 주겠다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역시 포기하고 그냥 막 나눠준다.


buka puasa

함께 한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고,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또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한끼의 식사지만 직원들과 함께하고 행복을 느낀다.

그 많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먹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한테 40일간 해뜰때부터 해 질때까지 금식을 하라한다면??? 난 종교를 바꿀 것 같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소중한 종교다.



by 끄디리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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