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잘못된 건지, 전날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금방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아침까지 이어지는 극심한 고통으로 너무 고생을 했다. 여행을 와서 이렇게까지 아픈 적이 없었는데 당황스럽기도 했다. 더군다나 음식을 못 먹었더니 배는 고픈데 또 복통은 너무 심했고 길리를 떠날 날은 얼마 안 남았었고 아직 먹어봐야 할 음식은 많은데 너무 힘들었었다. 나는 여행을 가면 맛 집을 가는 것보다는 나라마다 특색이 있는 카페를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Hart Lane Coffee. 맛있는 아사이 보울을 판다고 해서 며칠 전부터 너무나 가 보고 싶던 장소 중 한 곳이었다. 전날 밤부터 고생한 복통은 아침이 되니 아주 조금 괜찮아졌다. 복통이 다시 도지기 전에 얼른 먹고 싶었던 아사이 보울을 먹으러 향했다. 다행히 카페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Hart Lane Coffee

Hart Lane

초록색의 문이 Hart Lane이며 옆에 I-go라고 적힌 곳은 한식당이었다. 신기하게도 한 곳에 카페, 한식당 또 다른 가게 2개 정도가 함께 붙어 있었고 각 식당의 직원들이 자신이 일하는 가게가 아닌 다른 식당의 주문을 받기도 하는 신기한 구조였다.


아사이 보울

드디어 주문한 아사이 보울, 건강한 재료가 가득했다. 기름진 음식을 먹다가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아침으로 먹으니 좋았다. 아사이는 파우더의 형식으로 해서 들어가 있었다. 슈퍼 보울의 종류가 많으니 메뉴에서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가격은 80,000루피아로 꽤 높았다. 슈퍼 보울은 너무 맛있었다. 직접 집에서 해 먹어도 될 정도로 만들기가 쉬워 보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저절로 들었다. 시간만 많으면 또 먹으러 오고 싶을 정도였다.



길리섬 마지막날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았다. 복통도 사라진 듯했다. 아침도 간단하게 먹었으니 길리에서의 마지막 날을 즐겨야 했다. 메인 거리로 나오게 되었고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렇게 잠시 걸었을까, 또 극심한 복통이 오기 시작했다. 진짜 이 고통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무서운 Bali Belly를 아시나요?


Bali Belly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Bali Belly라고 불리는 게 있다. 외국인들은 흔히 알고 있다. 발리에서는 절-대 수돗물을 마시면 안 된다. 샤워를 할 때도 몸을 씻을 때는 괜찮지만 물이 직접적으로 입에 들어갈 때는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닦을 때도 호텔에 구비된 생수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호텔에서도 권장한다. 편의점에 가면 1.5리터의 생수가 1000원 미만이기 때문에 물을 꼭 사 마셔야 한다. 얼음도 먹기 겁난다.

발리를 자주 갔기 때문에 Bali Belly에 흔히 들었다. 장염의 증상과 같다. 난 아마도 발리 벨리에 걸린 것 같았다. 결국 참아보자 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도 복통이 계속되어서 약국을 찾았다.


길리섬 약국


길리의 길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약국을 흔히 볼 수 있다. 안에는 약만 몇 개 구비되어 있을 뿐 허름하게 생겼다. 약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약국에 들어갔다.


복통약

약국에서 두 개의 약을 추천해 줬다. 이건 하나에 500원이었는데 다른 약국에서는 무려 6만 원까지 불렀다. 믿을 수 없다. 아무리 부르는 게 값이라고는 하지만 너무한 거 아니냐. 아는 것이 힘이다. 이건 물 200ml에 가루를 타 먹으면 된다. 수분 보충 용인 듯했다. 맛은 없다.


길리섬 복통약

다른 약은 이거다. 제일 처음에 먹을 때 2개를 먹고, 화장실을 한번 다녀올 때마다 한 알씩 먹어주면 된다. 제발 몸이 괜찮아지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약을 복용했다.

진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너무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다. 여행에 와서 아픈 것도 서러운데 길리를 떠나 발리로 향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발리까지 가는 패스트 보트도 약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아픈 상태로 빠르고 흔들리기까지 하는 보트에 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제발 내일은 몸이 안 아프길 간절히 바랬다


길리섬 사진

바다에 있는 그네, 윤식당에서도 이 그네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 날도 역시나 그랬다. 보통 선셋 시간에 맞춰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낮에도 물론 많았다. 그네는 하나가 아니라 3개 정도 있으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길리섬 바닷가


길리의 바닷물의 색은 맑아 보였지만 심각할 정도로 쓰레기가 둥둥 떠다녔다. 선원들은 배에서 남은 페트병을 바닷물에 던지기도 했고 길에는 쓰레기가 많았다. 이 작은 섬에서 어떻게 저 많은 쓰레기들을 처리할지 궁금해졌다. 이런 광경을 보다 보면 호주 바다는 정말 자연적으로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른 퍼스에도 여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


길리섬 태닝


의외로 길리에서 태닝을 많이 못했다. 비치 타월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길리 여행의 마무리를 하기 전에 태닝이 필요했다. 길에서 급하게 비치 타월을 사기로 결정했다. 수중에 가진 돈은 100,000루피아였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비치 타월의 가격을 물어보니 100,000루피아. 나는 여행객이라 가진 돈이 많이 없다고 말하니 70,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가방 속의 내 카드를 보더니 카드에 돈 없냐고 묻는 상인. 미안하지만 없다고 했다. 윤식당을 가던 길에 바다 수영이 하고 싶어 길거리 상인에게 비치 타월의 가격을 물어보니 200,000루피아를 불렀다.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돌아섰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안 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비치 타월을 잘 사서 태닝을 즐길 수 있었다.


옷가게

길리의 곳곳에는 숨은 장소들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발견한 이 옷 가게, 길리 맞나? 싶을 정도로 옷들이 참 이뻤다.

길리에서는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제일 많이 하고 그다음으로 패들 보드를 많이 탄다.


패들 보드 

길리섬 패들보트

퍼스에서 파도가 엄청 심한 바다에서 처음 패들 보드를 타고 물에 몇 번이나 빠지고 고생을 한 후로 패들 보드는 내 관심 밖의 액티비티가 되었다. 그래도 물이 조금은 잔잔한 길리에서 다시 시도하느냐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카약을 탈것이나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카약을 빌렸다. 카약은 뒤집어질 위험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고프로를 들고 탈 수도 있고 앉을 공간이 있어 좋았다. 계속 노를 젓지 않아도 뒤집어지지 않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카약!

하지만, 꽤 늦은 시간에 타서 그런지 파도가 세지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선원들이 파도가 많이 치니 타지 않는 게 좋다고 알려주었다. 길리 트라왕안의 바다는 물속에 돌이 참 많았다. 파도는 세지고 카약은 바위 사이에 끼거나 자꾸 바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카약도 무거운데 카약은 바위 틈에 갇혀서 꼼짝하지 않고 결국 카약에서 내려 물에서 끌어야 했다. 다행히도 샌들을 신고 나가서 그런지 물속에서 걷기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총체적 난국이었다. 결국 간신히 육지까지 카약을 끌고 와서 직원에게 부탁하여 반납을 해야 했다. 카약은 일찍 타는 것을 추천하고 길리에서 스노클링과 같은 물놀이를 즐기려면 아쿠아슈즈는 필수였다.


길리섬 카르보나라


복통은 너무 심했지만, 이곳에서 봤던 카르보나라가 너무 맛있어 보여 결국은 이곳에 저녁을 먹으러 왔다. 새로 옮긴 숙소에서 너무 가까운 탓도 있었고, 먹어보지 않으면 후회를 할 것 같아서 들렸다.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착해서 정말 추천하고 싶은 길리의 레스토랑 중 한 곳이다.


스파게티

토마토소스보다 크림 스파게티를 정말 좋아한다. 거기다가 계란 노른자에 베이컨까지 들어갔으니 정말 완벽했고 맛도 최고 :) 아사이 보울로 아침을 해결하고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 너무 배가 고팠다. 저녁을 먹을 때도 복통이 살짝 없어진 상태여서 한참을 맛있게 먹는데....


마늘빵

다시 도지기 시작한 복통! 6년의 여행 생활 중 아찔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이 길리 여행이 Top 5에 들지 않을까 할 정도로 정말 정말 아팠다. 결국 이 부르스케타는 먹지도 못하고 계산을 쏜살같이 하고 걸음아 날 살려라-를 외치며 숙소로 와야 했다.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도무지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은 보트를 타야 하는 날 이였으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사건은 또 시간 되었다. 숙소의 방음이 도배를 한지로 한 것처럼 좋지 않았다. 새벽 1시에 닭들이 꼬꼬댁 하고 울기 시작했고, 말들도 싸움이 났는지 히히힝- 하더니 투다닥 투다닥 말발굽 소리를 내었고 개들도 짖고... 새벽에는 예배당 모스크에서 나는 소리까지... 몸도 아픈데 잠까지 제대로 못 자는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했고, 그렇게 아침이 밝았다.


오전 9시 30분에 미리 약속을 한대로 홈스테이 주인아저씨가 아침을 준비해 주셨다. 오믈렛이 참 맛있었다. 숙소의 방음은 정말 최악이었지만, 아저씨는 너무 좋으셨다. 원래 인도네시아에서는 팁 문화가 없다(21%의 세금과 서비스 차지가 가격에 포함) 하지만 체크아웃을 하며 팁으로 5불을 드렸다. 아고다에서 모인 크레딧으로 숙박을 예약한 거라 무료였고, 너무 좋은 아저씨가 잘 대해주셔서 죄송한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스크림
여행사


발리로 돌아가는 페리는 그 전날 스노클링을 예약했던 여행사에서 예약을 했다. 훨씬 저렴했고 스노클링을 예약해서 더 착한 가격에 페리를 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자카야 보트는 이미 매진이어서 와하나(Wahana)라는 보트를 예약해 주었다. 이자카야 보트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하는데 왜 가격은 훨씬 저렴하고 가격이 만 원 이상 차이 나는지 궁금했다. 어쨌든 이자카야 보트는 매진하였으므로 초이스가 없었다. 보트가 다를 바가 없다며 괜찮다고 신신당부하는 여행사 직원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길리 트라왕안 여행사

여행사에서 받은 예약 확인서를 가지고 와하나의 오피스에 들려 티켓을 받았다. 내 이름 Gaeul을 자기들 마음대로 Gohemi로 적었다.

나보고 이름 뭐냐고 하길래 말하려던 순간 다른 직원이 예약 확인서에 적힌 내 스펠링을 잘못 보고 "고헤미" 라고 친절하게 대신 답변해 주는 덕분에 나의 이름은 고헤미가 되었다. 어차피 보트 탈 때 신분증도 필요 없고 티켓만 받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 Jun과 Young과 같은 이름이 아닌 나의 본명 "가을"은 외국인들한테는 항상 "시오 개오, 개울, 개일" 등으로 불리기 일쑤여서 나도 외국에서는 본명을 잘 쓰지는 않는다.

아침에 짐을 챙기고 허겁지겁 나와서 정신을 쓸 겨를이 없어 그런지 복통이 없었다. 패스트 보트는 항상 정각에 떠나고 도착하는 법이 없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배를 탔을 때 심심하지 않게 근처 편의점에서 과자와 아이스크림도 준비했다.


와하나 보트

역시 한 시간이 훌쩍 넘어 다른 보트들보다도 늦게 내가 탈 와하나 보트가 도착했다. 크기는 이자카야 보트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내부는 확실히 작았다. 더군다나 창문이 조금 위에 있는 불편한 구조라 보트를 타며 힘들었다. 사람들로 가득 찼고, 자리도 좁고 불편해서 다시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배는 꽤 흔들렸다. 그렇게 뱃멀미가 나려고 하는 순간 다행히 잠이 들었고 발리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잠에서 깼다. 아직 몸이 확실히 좋아진 게 아닌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당 바이 항구에 내려서도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쿠타로 향했기 때문에 여정의 50%가 더 남은 상황이였다.


길리섬에서 발리


패스트 보트를 예약하면 기본적으로 무료 픽/드롭 서비스가 제공된다. 나는 몸이 너무 아프기 시작해서 개인택시로 쿠타까지 이동할까 싶었지만 항구에는 턱없는 가격을 요구하는 택시기사들이 많았고 결국 와하나에서 제공하는 무료 버스를 타고 발리로 향했다.


헤더의 세계여행 

20살 시작한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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