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디리에 사는 코이카 동생은 인도네시아에 온지 8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끄디리 임지로 와서 일을 하는데 우기가 시작되면서 집에서 물이 줄줄줄 아주 폭포가 생겼지요. 거기다가 시내랑 멀다보니 혼자 사는데도 외로운데 문화생활을 못 하니 너무 답답해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집에 물이 주체할 수 없이 세는 바람에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살던 집의 계약기간이 몇 달 남아있었지만 그렇게 물 새는 집에서 사느니 어차피 이사할거 좀 빨리 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집을 알아봤습니다.
인도네시아에도 한국의 부동산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 부동산을 찾는 것이 집을 찾는 것만큼 어려워서 집을 구하려고 할때 원하는 지역을 계속 돌아봅니다. 그러다 보면 집 앞에 "Dikontrakkan" 또는 "Disewakan" 이라고 씌인 집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런 문구가 좀 그럴싸한 플랭카드에 씌여있으면서 회사 이름같은 것이 같이 씌여있으면 이것은 부동산에서 내놓은 집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부동산에서 내 놓은 집들은 일반적으로 집 값이 시세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가 집을 구할때는 부동산이 아닌 개인이 내 놓은 집을 선호합니다. 일단 적힌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어서 집을 보고 마음에 든다면 계약을 하면 됩니다.
끄디리에 사는 에바도 몇군데 집을 본 끝에 너무나 좋은 집주인 아저씨를 만나서 집을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동산에서 집도 알아봐주고 계약서도 써주고 돈도 받아주고 모든 업무를 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집 주인이 직접 계약서를 만들어 오고 세입자는 확인을 하고 직접 돈을 건내줍니다.
에바가 새로 이사할 집에서 집 주인 아저씨를 만나서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계약서는 집 주인이 써서 오고 세입자는 확인하고 요구할 사항이 있으면 첨부하면 됩니다. 계약이 완료되면 더 이상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기때문에 일단 계약서를 쓰기 전에 꼼꼼히 따지고 요구사항을 모두 계약서에 적어야 합니다. 예를들어서 일년에 한번 나오는 집 세금은 집주인이 낸다거나, 집에 큰 하자가 발생하면 집주인이 고찬다거나, 에어컨을 달아달라거나, 모기장 문을 달아달라거나 등등등 말이죠. 집을 계약한다는 것은 큰돈이 오가기도 하지만 나의 생활터를 구하는 것이므로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중요한 일에는 꼭 현지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같은 말을 쓰는 사람끼리도 오해가 생기기 쉬운데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이니 말에 오해도 생길 수 있고 나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이 안 될 수도 있기때문에 현지인 친구는 꼭 필요합니다. 이번에 에바는 한국분과 결혼한 현지분이랑 같이 갔습니다.
모든 것이 완료가 되면 쌍방에서 사인을 하면 되지요. 인도네시아는 도장이라는 것이 없고 모든 것은 사인을 합니다.
집 주인 아저씨가 작성해온 계약서를 꼼꼬히 살핍니다. 이럴때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를 현지인 친구한테 물으면 잘 설명을 해 주고 우리의 요구 사항을 정확한 언어로 전달도 해 주지요. 에바의 새 집주인 아저씨는 너무나 좋으신 분이라 일년보다 두달이나 더 살게 해 주시고 세금도 본인이 낸다하고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집을 구하다 보면 중국계를 만나는 경우가 거의 90% 인데 중국계들은 인정이라는 것이 정말 티끌만큼도 없어서 두달만 더 살겠다 하면 그에 반하는 돈이 꼭 더 붙고 대부분 집 세금은 세입자에게 내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집 수리도 잘 안해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현지 인도네시아인을 집주인으로 만나면 대부분 인정스럽게 해 주는 경우가 많지요.
계약서 마지막에는 꼭 수입인지를 붙여서 법적인 효력이 발휘되게 합니다. 그 수입인지를 걸쳐서 꼭 사인을 해야 진짜 계약이 성립 됩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할때는 증인도 같이 사인을 하는데 저랑 같이 간 친구와 집주인측 증인이 증인란에 사인을 하였습니다. 전 딱히 사인이 없어서 그냥 한글로 이름을 쓰면 그게 사인이 됩니다. 대부분의 한국분들은 사인을 해야하면 한글로 이름을 적더라구요. 여기서는 신기한 글자니 이게 바로 사인이 되는 거지요.ㅎㅎ
이제 집 주인 아저씨는 잔금을 모두 받으셨으니 영수증을 써 주십니다. 영수증도 직접 써주시지요. 인도네시아에서는 영수증 종이를 아주 쉽게 살수가 있는데 이렇게 개인이 영수증을 쓸일이 의외로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저씨가 영수증를 쓰실 동안 에바는 열심히 돈을 샙니다. 인도네시아 사람하고 한국사람하고는 돈 세는 방법이 달라요. 처음에 인도네시아 사람들 돈 세는 것을 보고 참 신기했는데 이들도 우리가 돈 세는 것을 보면 신기해 하더라구요. 요렇게 많은 돈을 가방에 넣고 들고 와야하니 정말 불안했겠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은행으로 송금하는 문화가 발달이 안 되어 있어서 대부분이 직접 현금을 가지고 갖다줍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에 통장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요.
한국식으로 돈을 세서 놓아둔것을 친구가 인도네시아식으로 모두 정리를 했어요.ㅎㅎㅎ 인도네시아에서는 열장씩 세서 위나 옆에 한장으로 감싼다고 하네요. 한국에서는 백장씩 끈으로 묶던가요? 항상 은행에서 송금을 해 버리고 큰 돈을 볼 일이 없으니 생각이 안나네요.
인도네시아에서 집을 구하면 집세는 대부분이 계약기간만큼의 돈을 한번에 지불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1년에 5천만루피아짜리 집을 구하고 2년을 계약할거면 일억루피아를 한번에 내는 것이죠. 대부분 계약기간이 길어지면 값을 깍을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집 주인들은 2년 이상 계약하기를 원하죠.
집 주인 아저씨가 정성껏 영수증을 써 주셨습니다. 금액을 모두 글자로 적어서 주시고 나중에 숫자로 적었습니다. 주소도 다 쓰고 간단히 쓰는 영수증은 아니네요. 영수증에도 수입인지를 붙여서 법정효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일반 고용계약서에도 이 수입인지를 붙이는 곳도 있다고 하니 인도네시아에서 수입인지는 아주 중요한 것인 것 같아요.
수입인지는 꼭 사인을 걸쳐서 해야 그 효력이 있답니다. 수입인지에 사인을 해야 할 일이 있을때는 어떤 서류인지 꼭 확인을 하고 사인을 해야 할 것 같네요. 수입인지는 가까운 우체국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가게들에서도 판다고 들었는데 확인은 안해 봤네요.
모든 작업을 마친 집 주인 아저씨는 돈을 확인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돈을 셉니다. 한국이랑은 다른 모습이죠.
이렇게 에바네 집 계약은 완료되었고 에바는 짐을 모두 옮기고 비 샐 걱정 없이 자카르타로 업무차 떠났습니다.
에바가 새 집에서 남은 끄디리에서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서 한국으로 귀국했으면 좋겠네요.
인도네시아의 집 값이 많이 궁금할텐데요,, 집의 상태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지만 일반적으로 1년에 오천만루피아 (한화 500만원 정도) 정도의 집이라면 한국인 4인 가족이 살기에 적당한 단독주택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수라바야에서는 이 값에도 작은 집 밖에는 못 얻지만 내가 사는 끄디리나 말랑 정도의 도시에서는 충분한 금액이죠. 하지만 자카르타는 훠~~얼~~씬 비쌀테고 수라바야도 아파트 같은 경우는 관리비와 집세를 합하면 많이 비싼걸로 알고 있습니다.
끄디리뇨냐와 즐겨보는 인도네시아
by 끄디리뇨냐(차인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