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힌두 문화와 관광지
안녕하세요. 한-아세안센터 블로그 기자단 이연경입니다.
곧 있으면 12월 연말이 다가옵니다. 국민의 약 80%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크리스마스(Hari Natal) 시즌이 다가오면 타 종교에 대한 ‘포용과 관용’이 어김없이 화두로 떠오릅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내 주류인 이슬람과 공존하고 있는 힌두 문화와 이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관광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와 힌두교
현재 인도네시아 내 힌두교를 믿는 인구는 약 3 % 미만이라고 추정됩니다. 이들은 대부분 발리인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발리인들은 어쩌다 주류인 이슬람이 아닌 힌두교를 믿게 되었을까요?
과거 인도네시아는 이슬람보다 힌두교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습니다. 힌두교가 처음 전래된 것은 10세기 전후의 아이르랑가 왕조 시대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슬람이 전파되고 15세기경 강력한 이슬람 왕국인 마자파힛(Majapahit) 왕국이 권력을 제패하면서 힌두교를 믿던 승려들과 왕족은 발리섬으로 도망가게 됩니다. 그들은 힌두교를 전파시키고 이것이 발리의 토속신앙과 대승불교와 융합되며 발리인들만의 발리힌두교(Bali Hinduism)가 탄생하게 됩니다.
힌두 사원의 교과서, 쁘람바난(Prambanan)사원
중부 자바 족자카르타에 위치한 쁘람바난 사원은 인도네시아에서 로로 종그랑 혹은 라라 종그랑 (Roro, Rara Jonggrang)으로 불립니다. 이 사원은 9세기 메당 혹은 마타람으로 불리는 고대 힌두 왕국 시대에 지어졌습니다. 현재는 동남아시아에 남아있는 가장 거대한 힌두 사원 중 하나로 1991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쁘람바난 전경
쁘람바난 앞에서 사진찍는 관광객
중부 자바의 족자카르타에 있는 쁘람바난(Prambanan)사원은 힌두사원의 교과서로 불립니다. 곳곳에 힌두 신화와 상징이 조각되어 있고 힌두교 3대신 브라흐만, 쉬바, 비슈누의 사원이 건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힌두교의 공간 개념인 3 세계를 잘 보여주는 건축물입니다. 불교와 같이 힌두교는 세상을 인간계(Bhurloka), 중간계(Bhuvarloka), 신계(Svarloka)로 나누어집니다. 이는 많은 역사학자가 재건한 쁘람바난 사원의 모형도를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돌담으로 경계된 안쪽 공간, 224개의 쁘르와라(Perwara)사원이 있는 공간과 8개의 사원이 있는 신성한 공간으로 구분됩니다. 신성한 공간, 즉 신계의 8개의 사원은 힌두교 3대신(브라흐만, 쉬바, 비슈누)과 그들이 거느리는 가루다와 수족들을 상징합니다. 이들 중 쉬바 사원이 가장 큰 것으로 보아 쉬바 신을 더욱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쁘람바난 재건 모형 출처: Indonesia dalam Infografik, Kompas
힌두 신화 라마야나를 재현한 께짝(Kecak)춤
께짝 춤은 전통 음악 악기인 가믈란(Gamelan)으로 반주가 되지 않고 약 70 명 정도의 남자들의 합창으로 공연되는 아주 독특한 춤입니다. 남성들이 “께짝께짝’ 거리며 공연의 배경 음악을 담당합니다. 이 춤은 원래 발리의 고대 춤인 상향(Sanghyang) 춤을 반주하는 음악이었습니다. 상향 춤은 발리의 힌두교에서만 행해지는 전통 의식이자, 접신을 한 무용수가 ‘향’(hyang)이라 불리는 영적 존재와 대화를 하며 말씀과 계시 등을 현세인에게 전해주는 공연입니다. 1930년대부터 께짝은 힌두 신화인 라마야나 이야기를 표현하는 공연 예술로 발전하였습니다.
라마야나(Ramayana)는 인도의 고대 서사시로 힌두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총 7편의 2만 4천의 시절로 지어진 만큼 그 양은 방대합니다. 서사시의 대략적인 이야기는 라마 왕자와 그의 부인 시타, 시타를 탐내는 라마나왕 그리고 원숭이 하노만이 주축이 되어 전개됩니다. 힌두 신화를 재현한 께짝 춤은 발리의 울루와뚜(Uluwatu) 절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울루와뚜의 넓은 바다 전경과 석양을 배경으로 공연이 진행됩니다. 매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께짝(Kecak) 공연이 있으니,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울루와뚜 절벽
께짝 공연 모습
힌두교 3대신 비슈누를 볼 수 있는 게웨까 공원
인도네시아 발리의 게웨까(Garuda Wisnu Kencana) 공원에 방문하시면 힌두교의 3대신 중 하나인 비슈누(Wisnu)를 직접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비슈누는 세상의 질서와 평화를 지키는 가장 자비로운 힌두 신입니다. 비슈누는 가루다(Garuda)라는 거대한 새를 타고 날아다니는데 이 모습 또한 거대한 동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슈누 조각상
가루다를 타고 있는 비슈누
멀리서 본 가루다를 탄 비슈누
비슈누는 보통 뱀 위에 누워있는 형상으로 표현되고는 하는데, 그래서인지 비슈누 동상을 보러 가는 길목에 뱀 모양의 계단을 볼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가루다와 뱀(Naga, 나가) 사이의 설화도 있습니다. 뱀 족이 가루다의 어머니를 먹어 치웠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가루다가 비슈누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가루다가 불사조의 몸이 되어 뱀족을 몰살시키는 대가로 비슈누의 금시조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루다와 비슈누의 설화를 표현한 부조
이외에도 공원 곳곳에 비슈누의 또 다른 모습을 상징하는 화신을 볼 수 있습니다. 비슈누는 총 9가지(물고기, 거북이, 멧돼지, 반인반수, 난쟁이 등)의 화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중 물고기와 거북이 조각상이 있는 거북이 연못 또한 조성되어 있습니다.
거북이(kura-kura)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