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아세안센터 블로그 기자단 이민진입니다. 이번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사원인데요, 현재 제가 공부하고 있는 족자카르타의 대표 관광지이기도 합니다.이 보로부두르 사원이 세계 최대 불교 유적지라 불리는 것을 여러분은 알고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이 보로부두르 사원을 알게 되었을 때 약간 의아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손꼽히며 실제로 세계 무슬림 인구 중 약 13%로라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다수적인 인도네시아에서 어떻게 세계 최대 불교 유적지인 보로부두르가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과거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두 개의 불교 왕국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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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불교 문화 만개 시대: 스리비자야 왕조과 사일렌드라 왕조
과거 동남아시아는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사이의 무역 교차로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요, 그중에 인도네시아는 5세기경에 인도와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들의 불교 문화를 함께 수용하면서 여러 불교 왕국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불교 왕국은 바로 역사상 가장 큰 불교 왕국이라 불리는 스리비자야 왕국입니다. 이 왕국은 믈라카해협의 해상 요충지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국과 일찍이 왕래를 시작할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 크게 발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리비자야 왕국은 내륙의 농업 지역을 확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대부분 식량은 주변 왕국에서 공급받아야 했습니다.
산자야 왕국이 대표적인 스리비자야의 식량 공급지였는데 그마저도 해상무역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 관계에 이르자 스리비자야는 식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스리비자야는 산자야를 대신할 식량 공급지를 찾았고, 그 왕국이 바로 자바 동북부에 위치한 사일렌드라 불교 왕국이었습니다. 이 두 국가는 불교국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 하였고 이 시기에 인도네시아의 불교 문화가 만개하게 됩니다. 보로부두루 사원 또한 이 사일렌드라 왕국의 전성기에 건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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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부두르 사원
보로부두르의 첫 번째 탄생
하지만 보로부두르 사원이 처음부터 불교사원을 목적으로 지어진 것은 아녔습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775년경, 힌두교를 숭상하던 왕실이 시바를 모시기 위한 사원으로 건립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기단 부분만 만들고 중단된 것을 불교를 신봉하던 사일렌드라 왕조의 사마라등가 왕이 불사를 계속하여 마침내 보로부두르가 탄생하게 됩니다. 보로부두르의 건립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데 사마라등가의 왕은 전륜성왕의 이야기, 즉 고대 인도 사상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군주상을 나타내는 이야기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고, 붓다가 남긴 가르침을 보로부두르의 사원에 새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왕에게 보로부두르의 건립은 왕, 자신의 성덕을 드러내는 것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보로부두르의 두 번째 탄생
융성했던 사일렌드라 왕조가 점차 힘을 잃고 후퇴해가면서 950년경 왕조의 중심이 자바의 동부로 옮겨가게 되었고, 보로부두르 사원은 밀림 속에 방치됩니다. 같은 시기에 보로부두르 근처에 있던 므라삐 화산이 분출하며 보로부두르는 재 속에 1000년 동안 묻히게 됩니다. 천년이라는 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 1814년, 마침내 당시 자바의 통치자였던 토마스 래플스 경에 의해 보로부두르가 발견 되었습니다. 후에 자바를 점령한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복원공사를 하게 되는데요 므라삐 화산의 수차례의 화산폭발로 인해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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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부두르 사원에 새겨진 불교관
‘보로부두르’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의 비하라 부다 우르에서 나온 말로 ‘언덕 위의 사원’을 뜻합니다. 보로부두르가 세계 최대 불교 사원이라 불리는 이유에는 다른 사원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기 때문인데요, 계단식 피라미드로 지어졌다는 것과 그 층층이 각기 다른 불교관이 새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보로부두르는 총 높이 40m의 10층 탑으로 각 층의 벽면에는 석가모니의 전생 이야기 (본생담)와 자바 인들의 생활상, 수많은 불교 관련 형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1층부터 7층까지는 정사각형이며, 8층부터 10층까지는 원형을 이루는 이중 구조의 형식인데 불교 교리 관으로 보면 전체적으로 10층, 3단계라 불립니다. 여기서 10층은 ‘십지’, 즉 삼승이 공통으로 닦는 열 가지의 수행단계를 뜻하며 3단계는 불교의 세계관인 삼계, 즉 욕계.색계.무색계를 표현합니다.
1, 2층에 해당하는 욕계는 중생들이 욕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육도(지옥,아귀,축생,수라,인간,천상)의 세계를 160개의 조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3, 6층은 욕심은 어느 정도 극복했으나 물질에 대한 집착은 남아있는 색계에 해당합니다. 여기에는 부처님의 생애를 8상으로 구분하는 8상도,본생담 또한 조각되어 있습니다. 7, 9층에 이르는 무색계는 욕망과 물질을 완전히 극복한 정신적 세계를 뜻합니다.
사원의 구조에 담긴 의미: 지상 위의 만다라
동남아의 전통사회에서 흔한 통치 구조는 지배자가 중앙에 서는 만다라 형태였습니다. 이러한 만다라 구조는 불교사원인 보로부두르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다만 불교에서의 만다라란 ‘본질을 담고 있는 것’ 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불교에서의 ‘본질을 담고 있는 것’ 이란 곧 깨달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부처의 깨달음을 상징화하여 신성한 단이라는 입체적인 형태로 나타냄으로써 만달라의 구조를 표현하였습니다. 만다라에는 총 두 가지의 양상이 있는데 첫 번째는 하나에서 여럿을 향해 움직이는 태장계이고, 두 번째는 여럿에서 한 곳을 향해 움직이는 금강계로 나뉩니다. 또한 만다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돌, 청동, 모래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는데 그 중 돌을 사용한 금강계 만다라의 대표적인 예가 보로부두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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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의 불교 전승을 기록한 중요한 기념물인 동시에 자바 불교 예술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는데요, 보로부두르를 관광하기 전에 그 속에 담긴 역사를 알고 있다면 더 의미 있고 오래 기억되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참고: 『동남아 불교사』 서적
By 한-아세안센터 (이민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