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어
인도네시아어는 인도네시아의 공식 공용어로, 인도네시아에서는 "Bahasa Indonesia" 혹은 짧게 “바하사(Bahasa)"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Bahasa(바하사)라는 의미는 "국어" 혹은 "언어"라는 의미로, 한국에서도 "한국어"를 "국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2010년에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 인도네시아 인구 2억 4천만명 중에 인도네시아어는 제1언어 화자수는 약 4300만명이고, 제2언어 화자수는 약 1억 5600만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제2언어 사용자 역시 대부분 모국어수준으로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사실상 2억명 가량이 인도네시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겁니다. 특히 한국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자바섬은 인도네시아어를 못 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인도네시아어가 널리 퍼졌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인도네시아어 학습과 다른 언어와의 관계, 그리고 인도네시아어 역사를 간략하게 다룹니다.
인도네시아어 관련 명칭 구분
인도네시아어는 여러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용어정리부터 하고 봅시다.
- 믈라유어 (Bahasa Melayu) : 말레이 민족이 쓰는 말을 말레이어로 믈라유어라 합니다. 영문 표기로 Bahasa Malay 로 쓰고, 한국어 표기로는 말레이어라고도 부릅니다. 말레이어에 말레이시아어와 인도네시아어가 속합니다.
- 인도네시아어 (Bahasa Indonesia) : 인도네시아에서 쓰는 말레이어의 공식 이름. 자바어 버따위어 등 로컬 언어와 네덜란드어가 섞인 형태입니다.
- 말레이시아어 (Bahasa Malaysia) : 말레이시아에서 쓰는 말레이어의 공식 이름. 말레이어라고도 부릅니다만, 말레이어는 민족어 개념이고 말레이시아어는 국어 개념입니다.
- 인니어 : 한자어로 印度尼西亞 (인도니서아)에서 인니만 빼서 쓰는 말
- 마인어 : 한자어로 馬聯 (마련-말레이시아의 중국식 표기)과 印度尼西亞 (인도니서아)의 앞글자만 따온 말
인도네시아어 난이도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하신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인도네시아어 난이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배울만한 외국어 중에 가장 쉽습니다. 구조상 주어 다음에 동사가 나오는 SVO 형태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형태지만, 그래도 가장 쉽습니다.
보통 일본어가 한국어와 대응되는 요소가 많고, 문법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일어가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도 문법적으로 뜯어보면 어렵듯이 일본어도 문법적으로 뜯어보면 복잡한 면이 있고, 일본어는 한자라는 난관이 있죠. 어순과 유사한 언어적 감성때문에, 일본어에 익숙한 사람이 일어를 편하게 잘 할 뿐이지, 일어 자체가 일정 수준까지 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반면에 인도네시아어는 생활 가능한 수준까지 일본어보다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죠.
인도네시아어가 SVO 구조임에도 이게 가능한 이유는, 문법이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시제변화나 성조, 문법성(性), 경어 등등 복잡한 문법적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SVO 구조조차 영어와 같은 1~5형식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운 적이 있다면 이해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거기다 라틴 알파벳을 쓰니 새로운 문자를 외울 필요도 없죠. 인도네시아어는 단어도 비교적 암기가 쉽습니다. 왜냐면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네덜란드어에서 차용한 단어가 많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어는 상당히 영어와 비슷하거든요. 예를 들면, 기본단어 중 하나인 buku(책)는 네덜란드어 boek 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영어에서 본 듯한 단어가 많아서 암기하기 편하죠.
인도네시아어에서 문법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라곤 접사 정도입니다. 하지만 접사는 필수도 아닌데다 규칙성만 익숙해지면, 규칙을 잊어먹어도 말은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후치수식 구조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예를 들면, 오랑우탄의 어근인 orang hutan 은 “숲의 사람” 이라는 뜻인데, 수식구조가 한국어나 영어와 반대로 되어 있죠. 물론 이 또한 크게 어려운 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어 배우기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는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가령, 남편직장 때문에 인도네시아를 가시는 분이 있고, 인도네시아에 일을 하러 가시는 분이 있고, 유학을 가시는 분이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일을 위해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는 것이다보니, 다른 외국어에 비해 인도네시아어 교육은 기초회화에 상당히 치우쳐 있는 편입니다.
인도네시아어 독학
인도네시아어 기초를 위해 책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가급적이면 시중에 나온 인도네시아어 교재로는 시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냐면 인도네시아어 교재의 구성이 대체로, 대화지문 10~20개 정도에 문법설명이 조금씩 첨가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이런 교재는 쉬워보일 뿐, 인도네시아어 기초 쌓는데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오히려 기초를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어 강의를 보세요. 저희 인도사랑 동영상 강의도 있고, 다른 분들께서도 강의를 제공합니다. 제 기준에서 다른 분들 강의 중에 추천드릴만한 건, 권은희 선생님과 이지영 선생님 강의입니다. 물론 가장 추천하는 건 저희 남효민 선생님 인도네시아어 강의구요.
저희 인도사랑은 인도네시아어 강의를 제공해드립니다. (인도네시아어 강의실 바로가기)
동영상 강의는 보통 1~2주면 다 보시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어를 아예 모르는 분께서 보충자료까지 모든 걸 완전히 이해하시기까지는 적어도 한달 이상 걸릴 겁니다. 강의와 보충자료를 마스터하는 것만으로도 인도네시아어 기초는 거의 다 짚고 넘어가는 겁니다. 한국인이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가 빠릅니다. 이후에 어떤 학습을 하시던지, 가장 먼저 들어보기를 권해드립니다. 이후에 회화 단편 강의도 같이 들어보세요. (회화강의실)
6개월~1년 정도만 인도네시아에 체류하시거나, 남편의 직장때문에 인도네시아 생활을 하시게 될 분들은 인도사랑 인도네시아어 강의만 들어도 무난할겁니다.
같이 병행할만한 책으로는 황우중님과 김상우님이 쓴 “레전드 인도네시아어”가 있습니다. 이 책이 현존하는 인도네시아어 단어장 중에서는 가장 괜찮습니다. 그리고 남편 직장따라 같이 인도네시아 가시는 여성분들은 최은화님이 쓰신 “생활 인도네시아어” 라는 책을 한번 보세요. 가정생활하실 여성분들에게 아주 적절한 책입니다.
현지 어학연수
현지 어학연수는 현지 가서 학습하시는 걸 의미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비파과정(BIPA : Bahasa Indonesia untuk Penutur Asing - 외국어 화자를 위한 인도네시아어)
모든 분야에서 깊이있게 배우시고 싶은 분들은 비파과정에 등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파과정은 외국인을 대상으로한 어학당 교육입니다. UI, UGM, UNAS, 우다야나 대학교 등등에서 비파과정을 제공하죠. 비파과정은 약 15주씩 초급, 중급, 고급 단계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어의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단어 등등 각 분야를 상당히 깊이있게 배웁니다. 현지에서 인도네시아어를 연습할 기회도 많구요. 비용과 시간이 좀 들지만, 인도네시아어 교육에 있어서 가장 좋은 옵션입니다. 참고로 2018년 기준 UI 대학교 비용은 한 학기에 2천만 루피아(약 150만원)고, 항공비, 생활비, 거주비용 다 합쳐치면 15주간 400~500만원 정도 들겁니다.
GYBM 인도네시아
만약에 나이가 어리시고, 인도네시아에 취업이나 사업을 하시는 게 목표라면 GYBM 인도네시아 프로그램에 지원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GYBM 프로그램은 동남아에 사업가 양성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현지 정착을 위한 어학수업이 상당히 많습니다. 인도네시아어 학습만 놓고 봤을 때, GYBM교육의 장점은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기 위한 교육비가 적게 든다는 겁니다. 숙식제공에 교육제공이기 때문이죠.
인도네시아어와 다른 말레이어
말레이어는 전 세계적으로 ASEAN 회원국 중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4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태국의 남부국경 지역과 필리핀 남부 도서 지역에서도 여전히 사용되어 총 사용인구는 3억명 정도 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공화국에서만 말레이어를 국어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 브루나이 말레이어는 화자수도 적고, 다른 말레이어 사용자와 대화가 덜 통하기 때문에, 보통은 말레이어라하면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시아어를 주로 의미합니다. (마인어죠)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시아어는 이름만 다른, 같은 언어입니다. 한국어에 표준어(남한말)와 문화어(북한말) 있잖아요. 그런 관계입니다. 약간 악센트도 다르고 일부 단어도 뜻이 다르지만, 양국가 사람들 사이에 언어 교육이 따로 필요없고, 서로 통역없이 대화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인 교수가 말레이시아 가서 통역없이 강의를 할 수 있죠.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시이아어는 격식체를 놓고 봤을 때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다른 지방어 사용자가 매우 많아서, 본래의 말레이어에 비해 속어(Bahasa Gaul)가 매우 발달했습니다. cewek, cowok, nggak, bagong 등등 이런 말은 말레이시아인들이 전혀 쓰지 않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간의 드라마나 가요의 교류가 많기 때문에, 많이들 이해합니다.)
또한 영국 식민지로 영어에 영향을 많이 받은 말레이시아어와, 네덜란드 식민지로 네덜란드어 영향을 많이 받은 인도네시아어는 철자법이나 단어 의미가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1972년대 이후 바하사를 사용하는 국가의 언어학자간에 철자법 및 발음의 통일 작업을 꾸준히 하여 점차 비슷해지고 있죠. (예: Soekarno->Sukarno)
다른 외국어의 영향
인도네시아어는 유럽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화란어(네덜란드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사실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화란어 전인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배한 기간에 비해 큰 영향을 받은 건 아닙니다. 화란어는 영어와 매우 가깝다보니, 영어에서 유래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화란어 유래인 게 많습니다. 예를 들면, buku(책), kartu(카드), polisi(경찰) korupsi(부패) 등등이요. 또한 달을 뜻하는 Januari 부터 Desember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서야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영어가 학문과 정보화시대를 장악하면서, 영어 역시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어로 유입되기 시작했죠
포어에서 유래한 인도네시아어는 의외로 적어보이는데, 포르투갈은 인도네시아 전체를 점령한 게 아니여서, 포어에서 유래한 단어가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Minggu(일요일) 나 Natal(성탄절) 등이 선교사들을 통해 유입되었죠.
또한 산스크리트어와 아랍어 등등은 종교관련 어휘로 인도네시아어에 많이 유입되었습니다. 산스크리트어는 6~7세기 힌두교와 불교, 그리고 아랍어는 13세기경 이슬람교를 전파하면서 많이 유입되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같은 의미의 단어라도 출신 외국어에 따라 인도네시아어에서 뉘앙스도 약간씩 다르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책을 의미하는 어근으로 pustaka(산스크리트어), kitab(아랍어), buku(화란어) 가 있습니다. 산스크리트어 출신의 pustaka 는 교육 등에 쓰이는 인도네시아어 perpustakaan(도서관)의 어근이고, kitab 은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alkitab(성경)의 어근이 됩니다. 그리고 buku는 일반적인 책을 의미하구요.
인도네시아어 역사
인도네시아어는 국어라는 개념보다 “공용어”라는 개념이 강합니다. 인도네시아 군도에는 약 700개의 토착어가 있고 이 중에는 말투가 다른 사투리뿐만 아니라, 상호간에 의미전달이 안 되는 언어도 꽤 많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어-중국어-일본어 관계처럼 숫자 읽는 법은 물론이고, 기본 문법도 다른 거죠.
현 인도네시아어는 북부 수마트라 말라카해협 상권에서 쓰기 시작하면서 인도네시아 군도에 공용어(Lingua franca)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당시 북부 수마트라의 말라카 해협은 인도에서 각종 해외 상품과 신문물이 들어오는 요충지로, 이미 인도네시아 군도 사람들이 물건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선 이 지역 언어를 알아야 했습니다. 이 때 이 지역에 살던 민족이 말레이족이고, 이 사람들이 쓰는 말을 말레이어(Bahasa Melayu – 믈라유어)라고 했습니다.
말레이어가 인도네시아 군도로 퍼지게 된 계기가 여러 번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슬람교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이슬람인구가 90% 가까이 되는데, 13세기때 이슬람교가 말레이어를 통해 인도네시아 군도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무역회사)가 거래를 위한 교역어로 말레이어를 고정시켰기 때문에, 네덜란드가 점령했던 인도네시아 군도 지역들은 대체로 말레이어가 널리 퍼졌죠. 참고로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제국주의 세력들과 달리 식민지 피지배국가에 자기들 말의 교육을 거의 시키지 않고, 현지인은 현지어만 쓰게 했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어는 이미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부터 공용어로서의 위상이 높았죠.
결정적으로, 1928년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에 큰 의미가 있는 청년당의 "청년의 맹세 (Sumpah Pemuda)" 가 말레이어로 쓰였는데, 여기에 쓰인 셋째 항이 나중에 인도네시아어를 말레이어로 못 박아놓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이후, 1942~1945 일본의 식민지 기간에서도 일본정부는 인도네시아어를 공용어로 굳혀줍니다.
청년의 맹세(Sumpah Pemuda) 셋째
Kami poetera dan poeteri Indonesia, mendjoendjoeng bahasa persatoean, bahasa Indonesia.
우리 인도네시아의 자녀는 인도네시아어를 통일의 언어로 기리노라.
당시 말레이어는 약 5%의 인구만 네이티브였고, 자바어는 40%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어는 전 인도네시아에서 중개어로 두루두루 쓰이고 있었고, 특별한 이익집단을 대변하지 않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기 쉽다는 점에서, 독립정부가 말레이어를 국어로 채택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공식적으로 인도네시아어(Bahasa Indonesia)가 되는 겁니다.
이후 모든 공식 문서는 인도네시아어로 기술되었고 출판, 방송 및 교육 분야에 등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현재의 인도네시아어를 쓰게 되었으며, 이는 인도네시아 전체 국민의 동질성을 유지함에 큰 기여를 하고 있죠.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모든 교육 및 정보 매체들이 인도네시아어를 쓰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어 사용자는 점차 늘고 있고 지방언어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민족간에 결혼이 많아지다보니, 인도네시아어를 제1언어로 하는 화자수가 더욱 늘고 있구요. 계속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인도네시아어의 사용자수가 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엔 지방언어가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언어를 정규교육에 넣어 교육시키고 있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