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동남아 지역의 대표적 한상(韓商)기업인인 코린도 그룹 승은호 회장이 ‘해외거주 한상’이 아닌 ‘국내 거주자’라는 재판부의 판결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조세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는 승 회장이 낸 종합소득세등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73억원을 취소하라는 일부승소(일부패소)판결을 냈다.
승 회장은 국세청이 부과한 종합소득세 514억원, 양도소득세 412억원, 증여세 142억원에 대해 자신은 “국내 거주자가 아닌 만큼 한국에 세금을 납부할 이유가 없다”며 취소소송을 냈지만, 행정법원은 이중 2012년 귀속 양도소득세 73억원의 세금만을 취소하며 사실상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대표적인 한상기업인인 승 회장을 국내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주소와 거소의 판정)에 따르면 ▲계속하여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고 또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를 국내 거주자로 본다
반면 ▲계속하여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 ▲외국국적을 가졌거나 영주권을 얻은 자가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없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다시 입국하여 주로 국내에 거주하리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는 비거주자로 본다.
승 회장은 “코린도 그룹 회장으로서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근무하면서 ‘계속하여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므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국내에 주소를 가지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승 회장이 본인 소유인 서초구 소재 빌라에 주민등록을 하고서 국내에서 배우자와 차남 승 모씨가 상시 거주하는 위 빌라에서 생활했다”며 “승 회장은 연평균 128일, 배우자는 연평균 260일을 국내에서 체류”한 사실을 들어 승 회장을 국내 거주자로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국내에 다수의 부동산과 주식, 골프회원권, 예금 등 수백억 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의 회장 직함을 사용하면서 매년 수억 원의 근로소득을 얻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승 회장이 인도네시아에서 재외동포로 등록하고 오랜 기간 한인회장으로 재직했으며, 세계한상대회 참가 등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는 재외동포임을 전제로 여러 활동을 한 사실”은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승 회장이 내국 법인으로부터 매년 수억원의 근로소득을 얻었고, 국내에서 동창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각종 가족행사와 친목모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하여 보면 승 회장에게 보다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는 대한민국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해외한상으로서 비록 현지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국내에 상당한 재산을 두거나 소득이 있는 경우,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해외 한상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송창근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판결이 있기 전 승 회장의 탈세 혐의에 대해 “승 회장은 세계 한인 사회의 대부이자 큰 희망”이라며 “자기 돈 수백억을 들여가면서 외교 활동을 하고 정부를 대신해서 한인 사회를 위해 봉사한 분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안타까움이 크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승은호 코린도 회장은 22년동안 인도네시아 한인회장을 역임하고, 세계한인상공인연합회장을 두 번 지내면서 대표적인 한상기업인으로 주목 받았다.
승 회장은 한국 목재 산업의 거목 고 승상배 동화기업 창업주의 장남이다. 1970년대 부친의 사업을 도와 고급 원목을 구하러 인도네시아 밀림 개척에 뛰어들면서 현지 법인인 인니동화를 물려받았지만, 1975년 동화기업이 부도를 맞으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승 회장은 일본 기업으로 부터 130만 달러를 빌려 오늘날의 코린도를 세웠다. 코린도는 코리아-인도네시아의 합성어다.
코린도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목재, 제지, 화학, 물류, 금융 분야 등에서 3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20위권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연간 매출액은 13억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