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전환 겸 소설 하나 올립니다ㅎㅎ

김부장과 김사원이 주인공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흔한 일 (죽음의 일주일)



- 월요일 -

사장 : 이번에 인도코 공장에서 오더들어왔다. 김부장은 애들시켜서 물건 다 준비시켜.

김부장 : 알겠습니다. 언제까지 하면 돼요?

사장 : 이번주 금요일까지.

김부장 : 아, 안 되는데요?

사장 : 왜 안 돼? 이번주 금요일까지 해달라는데 그럼 어떻게 해? 안 되면 되게 만들어 이시꺄! 너 이번에도 망치면 한국보내버리는 줄 알아!

김부장 :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김부장은 사장실에서 나오자마자 한숨쉬고, 아침 회의하러 간다.


김부장 : 김사원, 인도코에서 이번에 우리한테서 선물포장용 박스 사기로 했다.

우리 사장님께서 대학교때부터 죽마고우가 거기 부사장인데, 사장님께서 진짜 발로 뛰고, 골프장에서 구르고, 와니따들 붙여주고, 노래 올리고 제발 한번만 사달라고 해서 겨우겨우 얻은 거다.

사장님 혼자한게 아니다. 형수님께서도 그 집에 김치해다주고, 한국에서 화장품 셔틀하고, 가방 들어주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적인 영업해가면서 겨우겨우 얻어낸 오더다.

사장님 아니었으면 절대 불가능한걸 우리 사장님이 죽자사자해서 했다. 우리는 그냥 사장님이 차려주신 밥상에 숟가락 올리는 거다. 우리가 지금 이거 못 하면, 우린 그냥 죽는거다. 알겠나?

김사원 : (놀란 척 하면서) 대단하십니다.

김부장 : 박스 만드는 거 어렵지 않다. 그냥 널빤지 구해오고, 색깔 발라서 접으면 되는거다. 알겠나?

김부장: 말 안 듣는 새끼들 있으면, 얘기해라. 죽여뿔라! 돈먹는 직원들 너무 많았는데 이참에 해고시켜 버려야지.


김사원은 자리로 돌아가서 애들한테 일부터 시킨다.


김사원 : 얘들아 우리 선물 포장용 박스 준비해야 된다. 끼끼는 널빤지 가격부터 알아와. 그 시간에 나나는 여기서 인도코로 배송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놔.

끼끼, 나나 : 알았어. 기달려라 미스떠르


점심시간이 끝나고...


끼끼가 문자를 보내줬다. 널빤지 가격을 핸드폰으로 화면스캔 뜬 것을 보내줘서, 아무리 확대해도 숫자가 안 보인다. 3인지 5인지, 0인지 8인지 구별이 안 된다. 

나나도 컨테이너 트럭 박스(Truk boks; 컨테이너 트럭) 배송 가격을 받아왔다.

가격을 받아왔는데 좀 비싸지만, 어차피 내 돈 아니니가 그냥 넘긴다.


김사원 : 끼끼야. 너 널빤지 그 인간한테 전화해서 원본을 이메일로 보내라고 해. 숫자가 보이지도 않는다.

끼끼 : 알았어. 기도하고 보낼께.

김사원 : 나나야. 너는 경리한테가서 금요일에 필요한 차편이니까, 돈 달라고 해.

나나 : 알았어. 나도 기도하러 간다.

김사원 : 하 씨발. 기도하나 열심히 하네. 인도사랑가서 오늘 올라온 썰이나 읽어야 겠다.


널널하게, 가즈가즈앗이랑 사필귀정 글을 읽으면서 헤헤 거린다.

끼끼랑 나나는 30분 동안 기도 후에 들어온다.


김사원 : 야 끼끼. 빨리 이메일 보내라고 해.

끼끼 : 중얼중얼.


- 30분뒤 -


끼끼 : 이메일 내일 보내준대. 오늘 안 되고 내일.

김사원 : 하여간 짱개새끼들 회사가 그렇지.


- 화요일 -

김사원 : 끼끼야. 그 짱깨 회사에 전화해서 쁘나와란(견적서) 빨리 이메일로 보내라고 해.

끼끼 : ㅇㅋ 미스떠르.


- 1시간 뒤 -


끼끼 : 보내줄테니까 좀 기다리라고 하네.

김사원 : 씨발 이 짱꼴라들 장사할 마음이 없구만. 내가 인니어만 잘했으면 갑질로 무릎꿇렸을텐데.


점심먹고 난 뒤 이메일을 받는다.

김사원은 견적서 확인하고, PO 보내고 빨리 경리한테 갔다.


경리 : 미스터킴, 지금 은행 갈 차가 없으니까 기달려.

김사원 : 차가 없긴 왜 없어! 아까 아니스 그 소피르새끼 또 처자고 있던데.

경리 : 아니스는 좀있다 부장님 데리러 가야 돼.

김사원은 바로 부장님한테 전화하려다가 만다. 왜냐면, 부장님한테 잘못 보이면 좆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수요일 -

김부장 : 김사원 잘 진행되고 있나? 또 빵꾸나는 거 아니지?

김사원 : 그럼요. 돈만 보내면 널빤지 받습니다.

김부장 : 뭐!? 우리 아직도 널빤지도 없나? 그동안 뭐했어?

김사원 : 아, 그게요. 어제까지 돈 보내주기로 했는데 어제 운전수가 없어서 은행을 못 갔어요..

김부장 : 운전수가 왜 없어 임마!

김사원 : 아니스가 어제 부장님 태우러 갔는데, 걔 말고는 전부 애들 태우고 작업나갔어요.

김부장 : 그럼 나한테 전화했으면, 난 그냥 택시탔지. 하 짜식 미치겠네. 거 일 드럽게 못 하네!


김부장이 직접 경리실에 간다.


경리 : 야 유니 시켜서 은행 빨리 보내라. 급하다.

경리 : 네. 근데 사장님이 월말정산 오늘까지 해놓으라는데요? 전 그거 해야되요. 유니는 출산 휴가 중이에요.

김부장 : 사장님이?


김사원한테 일 드럽게 못 한다고 욕해놓고, 자기는 사장님께 전화를 못 한다.

사장님이 시킨 일 핑계로, 경리는 부장에게 개길 수가 있다.


그러고, 침묵이 흐르다 난데없이 딴 곳에 전화하게 되는데.....


김부장 : 그 널빤지 파는 짱깨사장한테 전화때려.

김사원 : 여기요.

김부장 : 저 포장회사 김부장입니다. 저희 아시죠? 저희가 내일까지 돈 보낼테니까, 널빤지 먼저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 거래 계속 했잖아요.


그 화교는 알겠다고 하고, 오더를 더블로 하기로 약속받았다.


김부장 : 내가 한거 봤지? 일을 이렇게 해야 잘한다는 소리 듣는거다. 알겠나?


마침내 널빤지는 왔고, 노무자들이 모두 달라붙어 수작업에 들어갔다.

김사원은 끼끼랑 농땡이 치는 애들 감시랑 불량품 검사를 하고 야근을 한다.

김사원은 인도사랑에 들어가서 썰을 하나 쓴다.

제목은 "절대 인도네시아 회사에서 일하지마라. 야근때문에 죽는다"



- 목요일 -

김부장 : 이제 오늘 다 준비 된거 맞나?

김사원 : 오늘까지만 작업하면 이제 다 됐습니다. 걱정 마십쇼.

김부장 : 트럭은 준비 됐나? 자와뜽아까지 트럭으로 3주따면 되는데ㅎㅎ 이제 돈이 얼마남는거야ㅋㅋ

김사원 : 3주따가 아니라 5주따 나오는데요?

김부장 : 5주따라고? 그럴리가 없는데?


김사원은 고젝 고박스를 돌려본다. 고박스 배송비가 딱 4주따 나온다. 고젝에서 수수료 25% 먹는거 빼면 3주따가 맞다.

그러면 어떻게 5주따가 된거지.


김사원 : 나나야, 트럭이 왜그리 비싸냐? 3주따면 된데. 그냥 5주따면 우리 SUV에 쑤셔넣어서 보내는게 낫겠어.

나나 : 트럭이 신형이라 비싼거라고 하니까 그냥 보내야 된다. 미스떠

김사원 : 그런게 어딨어 씨발. 싼 트럭있는 곳 다시 찾아봐.

나나 : 기도하고 오겠다. 미스떠

김사원 : 야 끼끼. 너도 3주따에 해주는 곳 찾아봐. 있을거야.

끼끼 : 알았다. 기도하고 보자.


오후에 끼끼가 3주따로 해주겠다는 곳을 발견했다.


끼끼 : 3주따로 해주는 곳을 찾았어.

김사원 : 빨리 돈넣고 내일 아침까지 트럭 보내라 그래!


나나는 우울증걸린 병든 닭이 되었다. 왜냐면 나나는 5주따에 계약만 받으면, 트러킹 회사에서 1주따를 뒷돈으로 받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 금요일 -


김부장 : 차 준비됐나? 오늘 보내면 딱이다.

김사원 : 차 준비까지 끝났습니다. 아침까지 차 보내주기로 했는데요, 늦어도 12시까지는 오겠죠.

김부장 : 역시! 우리 김사원 훌륭해! 이래서 한국인 쓰는거야.


그러고나서 점심 시간 쯤 트럭이 왔다.

김사원은 주차장에서 깜짝 놀랐다.

트럭은 컨테이너 없는 그냥 개방형 포터트럭이었다. 비오면 좆되는 거다.

분명히 컨테이너 트럭으로 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 된걸까.

트럭킹 회사에서, 컨테이너 트럭이 다 나가서 그냥 아무거나 보내줬다.

이미 끼끼랑 얘기 다 됐다고 했다. 물론 끼끼는 뭘 모르고 대충 한 소리였다.


여기서 트럭을 그냥 돌려 보낼지, 이 트럭에 실어야 할지 곤란한 상황이 왔다.

그냥 보내다 비오면 그대로 회사 망하는 거고, 김사원은 죽는거다.


김사원이 김부장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순간, 김부장은 목이 날아갈생각에 얼굴이 시뻘게지고 레알 빡돌았다.

김부장은 트럭회사에 전화해서 필살기인 인도네시아어 욕을 시전했다.


김부장 : 씨발 너네들때문에 우리회사 망하게 생겼어! (이하 생략)


김부장은 이번 건이 망하면, 사장한테 좆되고, 짤리는 순간엔 국제학교 다니는 자녀 앞길도 갑자기 막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필사적이었다.

울기직전의 김부장은 김사원에게 말한다.


김부장 : 김사원, 트럭 돌려보내고, 컨테이너 트럭으로 다시 보내라 해...


그러다 김부장은 인도코에 전화한다.


김부장 : 정말 죄송한데요, 내일까지 보내드리면 안 될까요?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인도코 담당자 : 야. 니가 일을 그따위로 하니까, 우리가 맨날 납기일이 늦어지는거 아냐. 씨발 너네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김부장 : 정말 죄송합니다...

인도코 담당자 : 저기요 아저씨. 이런식으로 할거면, 우리도 다른 업체 찾아야 겠어. 더이상 못 해먹겠으니까, 나도 사장님한테 말씀드리고, 우리 그만 봅시다.


김부장은 그날 일 끝나고, 집에 가서 와이프한테 하소연을 했다.

김부장 : 김사원 그새끼한테 트럭을 보내라고 했거든. 그런데 와보니까 컨테이너가 없는거야. 그새끼가 진짜 미친게 아니고서야...

와이프 : 또 남탓한다! 또 남탓해! 자기가 그러면 일반 트럭 안 되고, 컨테이너 달린거로만 보내라고 진작에 얘기했어야 되는거 아냐. 왜 그것도 몰라? 

인도네시아 10년 넘게 살면서 그런것도 몰라? 내가 자기때문에 모임나가면 얼마나 무시받고 사는지 알아?! 나 내일 저녁에 애들데리고 한국에 친정가니까, 그런 줄 알아. 으휴! 꼴도보기 싫어.

김부장 : (...)


인도사랑에 글을 남긴다. "인도네시아는 진짜 살 곳이 못 된다."


- 토요일 -


뒤늦게라도 컨테이너 트럭이 주차장에 들어왔다. 트럭운전수가 같이 와서, 물건을 다 실어 올렸다.


김부장 : 김사원, 오늘 나와서 물건싣고 보내는 것까지 다 되면 연락해. 사장님께 보고드려야 돼.

김사원 : 네.

김부장 : 토요일이니까, 일찍 들어가자. 나 사장님이랑 골프치러 가야 돼.

김사원 : 네.


지금 시간 오전 10시. 컨테이너에 짐을 싣고, 컨테이너 문을 닫았다.

트럭 운전수는 8시간이면 가는 거리니까, 인도코까지 오후 6시면 도착한다고 했다.

가는 길에 차가 막혀도 오늘 중에 도착하면 되니까, 됐다ㅎㅎ


오후 4시

김사원은 한식집가서 김치찌개먹고, 틴더로 저녁에 만날 와니따들을 물색하고 있었다.

김사원은 와니따 만나기전에 이 트럭운전수 어디있는지 물어보기로 한다.

전화를 건다.


김사원 : 아저씨 지금 어디에요?

트럭기사 : 트럭 안에 있다.

김사원 : 어디쯤 가고 있냐구요.

트럭기사 : 브카시

김사원 : 네!? 그러면 자와뜽와 인도코까지 언제 가요?

트럭기사 : 오늘 못가요 미스떠

김사원 : 뭐하는 거에요? 아까 6시전에 도착한다면서요?

트럭기사 : 마쩻. 길막혀요.


김사원은 전화 끊고 구글맵 로드맵을 켜봤다.

로드맵이 온통 녹색길로, 길이 전혀 안 막힌다.


김부장에게 전화했더니 안 받는다. 자고있나?

김사원은 와니따를 만나야 되는데, 일 해결이 안 되서 불안하다.

오후 6시에 김부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김부장 : 김사원, 트럭 도착 안 했지. 사장님이랑, 인도코 담당자한테 전화와서 빌빌 기었는데 이제 더는 안 될거 같다. 

김사원 : 네;;

김부장 : 그래. 우린 좆됐으니까, 그런 줄 알자. 너도 이직자리 찾아봐라.

김사원 : 네? 갑자기 왜요?

김부장 : 몰라. 사장님이 너하고 나 정리하고 천천히 일 그만두시려나보다.


김사원은 안 그래도 빡쳤는데, 와니따는 2시간이 넘도록 약속장소에 나타나질 않았다.

와니따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같이 시간약속 안 지키는 인간들때문에, 이 나라가 아직도 이 꼴이다. 씨알 넌 꺼져."

이렇게 폭언 문자를 보내고도 분이 안 풀려서, 바로 킹크로스를 갔다.

킹크로스에서 웬지 낯이 익은 뒷모습이 보이는데...

김부장이 20살짜리 와니따 손에 이끌려서 이리저리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야나기 유리나닮은 와니따에 김부장은 좋아 죽는다.


형수님 전화번호를 아는 김사원은 이걸 사진 찍어 놓고, 협박용으로 쓸까 고민을 한다. 

그렇지만 김부장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기에 봐주기로 한다.

김사원은 킹크로스에서 나와고, 동네 마사지 샵이나 가서 발마사지 받고 들어갔다.



- 일요일 -


물건은 일요일 아침에 들어갔고, 경비랑 당직 운전수들이 물건을 하역했다.

술 진탕먹은 김부장은 술냄새 진동한채로 교회에서 사장을 만난다. 

사장님께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더니, 사장은 심각한척 하다가 대답을 안 하고 집에 간다. 

그리고 일 열심히 하라고 문자 보낸다.  


물론 회사가 망하는 일은 없었다.  왜냐면

사장은 인도코 부사장이랑 구두로 수요일까지는 보내주기로 해주기로 해놓은 거였고, 서로 합의해서 계약서만 금요일까지 하기로 한 거였다.

이미 사장도 인도네시아 비즈니스를 알기 때문에, 일정을 빠듯하게 잡았던 것 뿐이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