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떡집에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았다.. 단지 어쩔 수 없이 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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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선선해지자 생각났다.
이거 술 빚기 딱 좋은 날씨로구만. 인스타그램에서 술을 빚는 이들은 마치 약속을 한듯 술을 빚었더라.
며칠동안 고민했다. 나도 빚을까 말까..
그러다가 에라이 할 것도 없는데, 재미 삼아 빚지 뭐.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가을이니까 가을이슬로 빚은 술인 추로주를 빚어보자 마음먹었다.
필요한 쌀양을 레시피대로 정하고.. 쌀가루를 구하러 동네 시장에 갔다.
마켓마다 건식 맵쌀가루가 없네. ㅅㅂ
이것 조졌다 싶었다.
그 떡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팔아도 돈안되는 쌀가루 사간다고 지난번에 할머니가 내게 핀잔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습식쌀가루를 주문했다. 습식 쌀가루만 판다.
건식 습식 둘다 써봤는데, 나는 건식을 선호한다. 습식보다 더 비싸지만 마른 쌀가루이므로 딱 1kg고 그것에 정해진 물보다 조금 더 넣으면 되기에 계량이 쉽고 편하다. 그렇지만 습식은 말 그대로 젖은 쌀가루이기에 상기한 이유와 반대되는 이유로 계량이 쉽지 않다.
250g 한 봉투에 2000원씩
4개를 구입했다. 싸게 파는 것이라 현금영수증이 안된다한다.
순간 카드로 결제를 할까 생각했으나 그냥 돌아갔다. 가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돈을 썼다는 표시가 나야 세금을 적게 낼 것이기 때문에 돌아가서 카드로 계산하겠다고 했으나 카드계산도 안된다 한다.
안되는 이유는 상기한대로 싸게 파는 것이기 때문.
네. 대답을 하고 돌아가면서 고민한다. 이럴 바에는 품은 더 들어도 이것을 환불하고 쌀을 사서 물에 씻고 불린 다음에 방앗간에 가서 빻아 달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돌아가서 죄송하지만 이것 환불해달라고 하자, 옆에 있던 떡집 할아버지가 역정을 내었다.
손님이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잘못이에요? 나도 지지 않고 맞섰다.
할아버지 앞을 가로 막으며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말렸다..
총각, 왜 왔다가 갔다가 하면서 고생해? 할머니가 말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그냥 슈퍼가서 4kg짜리 쌀 한가마니 사왔다. 만구천원...
계산해보니 차라리 잘된 일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