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아침. 인니에서 돌아오자 마자 가기 전 빚어놓은 술 확인했다.

가기 전에도 맛이 써서 놀랬는데, 여전히 쓴맛이 강해 이번 술은 망했다 싶었다. 원인은 발효 초창기 과발효인듯하다. 품온이 올라 항아리가 따뜻할 정도였는데, 그대로 두었던 것이 쓴맛의 이유인 듯. 그래도 술덧이 다 가라앉고 노랗고 맑은 청주가 괴어있어 좋았다. 알콜도수도 매우 높아 조금만 마셔도 알딸딸하다. 며칠 후 술을 걸러 2주간 냉장고에서 후숙하였는데, 쓴맛이 많이 옅어져 그럭저럭 마시고 있다. 

착 가라앉는 가벼운 산미에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돌고 싱그러운 과실향과 향긋한 꽃내음이 은은하게 난다. 알콜향도 당연 나는 것이 전체적으로 드라이하다. 그러나 쓴 맛이 입안에 남는 잔향을 방해한다.

반 거르고 반정도 남은 술에 물을 부어 두었는데, 도수가 낮아지니까 효모들이 살기 좋아졌는지, 이주동안 발효가 되어 지금 맛보니 괜찮은 술이 되어 있네. ㅎㅎ 쓴맛도 많이 죽었고.

저번주에 빚은 술은 지금 익고 있는데, 아까 열어보니 파인애플 향이 나네? 헐. 내년 둘째주 중에 열어볼 예정.

술을 왜 사먹냐? 나는 고급 막걸리 정도는 사서 마시기는 하는데, 내 술이랑 비교해 보고 배울 점을 찾기 위해 사서 마시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