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갤고전문학 통닭전

통닭전

by 주갤 긔드

(1)

통닭은 녹두골에 살았다.

곧장 관악산 밑에 닿으면 오래된 피시방이 있고, 피시방을 향하여 고시촌이 있었는데

두어평 반지하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통닭은 주갤질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팍스넷에 약을 팔며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의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ELW짤짤이 조차 하지 않으면서 갤질은 해서 무엇합니까?"

통닭은 웃으며 대답했다.

"LP가 호가를 제때 제시하지 않으니 어떻게 하겠소?"

"그럼 주갤에 약이라도 못파시오?"

"주갤럼들이 본래 남의 말을 잘 믿지 않는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갤질을 하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짤짤이도 못한다 약도 못판다면 주갤에 피자 구걸이라도 못하시나요?"

통닭은 퇴갤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주갤짓 10년을 기약했는데, 이제 겨우 7년인걸..."

하고 휙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통닭은 거리에서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여의도 증권가로 나서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주식시장에서 제일 캐돼지요?"

연기군을 말해주는 이가 있어 통닭이 곧 연기군을 찾아갔다.

통닭은 연기군에 대하여 길게 읍하고 말했다.

"내 계좌가 깡통이라 무얼 좀 해보려고 하니 1조원을 꾸어주시기 바랍니다."

연기군은

"그러시오."

하고 당장 1조원을 이체해 주었다.

통닭은 감사하다는 인증도 없이 가버렸다.

좌중의 기관들과 외국인들이 통닭을 보니 수트에 츄리닝을 입은 전형적인 주갤럼이었다.

모두들 어리둥절해 물었다.

"저 병.신을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하루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모르는 자에게 1조원을 그냥 내던저 버리고

신상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연기군이 대답했다.

"이건 너희들이 알바가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투자를 받는자는

으레 자기 계좌를 부풀려 선전하고 수익률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행색은 병.신같지만 한줄요약을 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잔고가 없이도 스스로 정신승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안주면 모르되 이왕 1조원을 주는 바에 신상은 털어 무얼 하겠느냐?"

(2)

통닭은 1조원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계좌를 트러갔다.

장이 열리자 BPS가 낮고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을 모조리 상한가로 사들였다.

통닭이 개잡주를 몽땅 매집했기 때문에 코스닥의 주가조작세력들이

작전할 종목을 찾지 못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가서 통닭에게 상한가로 물량을 넘겼던 세력들이

도리어 10배의 값을 주고 사가게 되었다.

통닭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1조원으로 온갖 개잡주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의 형편을 알만하다."

그는 다시 거래소에서 외인들이 공매도하는 종목들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일 지나면 외국계 증권사들이 줄도산 할 것이다."

과연 얼마 안가서 몇몇 외국계기관이 도산하자 이를 $1에 모두 인수해 버렸다.

"국내 주식시장이 국내증권사들만으로도 이미 포화상탠데

하물며 이런 외국계까지 숟가락을 들이대니..."

하며 인수한 회사들을 모두 청산시켜 버렸다.

그리고 계좌를 정산하자 100조원이 훌쩍 넘는 돈이 찍혀 있었다.

통닭은 이중 100조원을 전부 피자쿠폰으로 바꿔 온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잉여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10조원이 남았다.

"이건 연기군에게 갚을 것이다."

(3)

통닭이 연기군을 찾아가서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연기군은 놀라 말했다.

"여전히 수트에 츄리닝인걸 보니 혹시 1조원을 실패보지 않았소?"

"재물에 의해 보픈카를 타는 것은 당신들 말이오. 1조원이 어찌 도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10조원을 연기군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갤질을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1조원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연기군은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며 사양하며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 받겠노라 했다.

통닭이 잔뜩 역정을 내며

"당신은 나를 그지새끼로 보는가?"

하고는 수트자락을 휘날리며 가버렸다.

연기군은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통닭이 관악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반지하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백수가 피시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반지하방이 누구 방이오?"

"통닭님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주갤짓만 좋아하더니 하루아침에 집을 나가서

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연기군은 비로서 그의 닉이 통닭이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4)

이튿날 연기군은 받은 돈을 가지고 그의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통닭은

"내가 캐돼지가 되고 싶었다면 100조원을 버리고 10조원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피자나 떨어지지 않게 하고, 수트나 입도록 하여주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 두 사람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스스럼없이 비누를 줍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날 연기군은 문득

"지금 도이치뱅크 제재 문제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갤러가 마우스를 던지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통닭님은 그 재주로 어째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하고 묻자

"어허 자고로 묻혀지낸 갤러가 한둘이겠소?

우선 인간지표 둥글게님은 시장을 정확히 (반대로) 예측하는 혜안을 가졌지만 군대크리 맞으셨고,

헟매매법을 개발하신 허춘미님은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팔며 연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주식을 잘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국내 메이저 증권사들을 인수할만 하였으되

모두 피자쿠폰으로 바꾸어 뿌리고 온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연기군은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5)

연기군은 본래 금융위와 잘 아는 사이었다.

금융위가 연기군에게 재야에 혹시 쓸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묻자 통닭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금융위는 깜짝 놀라며

"그는 용자야. 자네와 같이 가보세."

밤에 금융위는 연기군만 데리고 보픈카도 세워둔채 걸어서 통닭을 찾아갔다.

연기군은 금융위를 문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먼저 들어가

금융위가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통닭은 못들은채 하고,

"당신 들고온 피자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고는 주갤에 인증하며 어그로를 끄는 것이었다.

연기군은 금융위를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 자주 말을 하였으나

통닭은 대꾸도 않다가 주갤이 정전되자 비로서 손을 부르게 했다.

금융위가 나라에서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통닭은 손을 저으며

"밤은 짧은데 한줄요약이 안되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금융위원회요."

"그렇다면 너는 가카의 신임을 받는 신하로군.

내가 둥신선생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가카께 아뢰어 조기전역 하게 할수 있겠느냐?"

금융위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2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나는 원레 제2라는 것을 모른다."하고 외면하다가 금융위의 간청을 못이겨 말을 이었다.

"지금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거래수수료 인하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개미들에게 증권거래세 0.3%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 폐지할 수 있겠느냐?"

금융위는 또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개미들이 옵션매도를 하고 싶어도 증거금의 압박 때문에 쉽게 하지를 못한다.

옵션 매수만 하다보니 프리빼는 장에서는 항상 털리기 마련이다.

네가 옵션거래 증거금 제도를 폐지할 수 있겠느냐?"

금융위는 힘없이 말했다.

"뭘 믿고 개미들에게 증거금도 없이 옵션매도를 할 수 있게 한단 말입니까?"

통닭은 크게 꾸짖으며 말했다.

"소위 금융당국이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도 너는 증권거래세로 배나 불리려 하고

먹튀당할까 두려워 그깟 증거금제도조차 고수하려 한단 말이냐?

나는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너 같은 자가 갈 곳은 한강밖에 없을 것이다."

하고 책장에 꽂혀있던 원형지정을 꺼내들어 금융위를 내려치려 했다.

금융위는 놀라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은 텅 비어 있고, 통닭은 간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