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석적인 포진이고 무척이나 수비에 신경쓴 것이 보이는데, 어찌 본대가 털렸을까?

창수레는 고대부터 쓰여왔던 고전적인 무기인만큼 거란도 그 존재를 몰랐을리가 없지. 그렇지만 진의 전구간을 수레로 두를 수 없고 지형상 그리할 필요도 없으니 아무래도 수레는 대기병용 무기인 만큼, 기병이 운용될 수 있는 고려군의 진 앞 삼각형의 땅에 주욱 늘여 놓았을 듯. 그렇다고 강변을 따라 수레를 늘어 놓았다는 말은 아니야, 그것은 위험한 짓이지. 삼각형의 땅에 네모나게 방진을 짜고 양 옆과 뒤에 산이 있는 곳은 목책을 두르고 강 너머 에 있는 적진과 마주한 쪽에 수레를 늘어 놓았을 듯, 기병이 도강하여 오더라도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막게.

여하튼

거란은 강조가 방심하기를 바라며 조금씩 수레로 막혀 있는 곳을 소규모 부대로 치고 빠졌던 모양. 이것을 알았기에 강조도 방어만 하고 섣불리 공세로 전환하지 않은 것이지. 그러다가 거란군은 별동대로 고려의 군영의 옆구리를 기습한 듯한데, 그것을 고려군이 몰랐을리는 없지.

결국 강조가 적은 소규모이니 더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치자 하였으나, 진을 공격하는 적은 예상보다 많았고 훈련이 부족한 병졸이 대다수였던 고려군이었던만큼 모랄빵이 나서 순식간에 흩어지니 진이 뚫렸던 모양. 정예는 아무래도 강조 직속 휘하 및 여기 저기 분산하여 배치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결국 본인이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았으니.. 뭐... 강조는 적이 진 깊숙히 들어오면 포위해서 섬멸한다 였겠지만 보고가 올라오자 마자 본인이 갔었어야지.

사서에 보고가 연달아 전해져도 강조는 바둑이나 두며 방심하였다가 진영이 무너지고 본인은 사로 잡혀 거적에 말린채 적 진영으로 끌려갔다라는 기록이 거짓이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