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물론 과일이 너무 익어 자연산 효모와 만나면 발효가 되고 술이 되지. 동물들도 이것을 알고 있어 일부러 푹 익은 과일을 찾아서 먹는다. 먹고 취하려고.

그래 본래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인류가 술을 접한 것이 저런 것이 계기가 됬을 수 있어. 와인도 포도의 표면에 붙어있는 자연산 효모를 이용하는 것이라 그저 포도를 으깨서 통에 담아두면 알아서 술이 되거든.


그렇지만 동양은 누룩이란 것을 만들어 쓰잖아? 중국도 일본도 한국도 국가와 지역의 기후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지만 하여튼 누룩을 빚어 술을 빚을 때 쓴다. 누룩에도 종류가 다양하다. 녹두가 들어가는 누룩도 있는데, 녹두의 비율을 달리하는 누룩이 두 종류다. 통밀을 쓰는 누룩도 있고 밀기울을 제거하고 밀가루만 쓰는 누룩도 있고 맵쌀가루를 쓰는 누룩도 있고 찹쌀가루를 쓰는 누룩도 있고 밀가루나 쌀가루에 여러 한약재를 넣어 쓰는 누룩도 있다.누룩의 두께는 기후에 따라 달라 서울 경기도 강원도는 누룩이 두껍지만 부산의 금정산성 누룩은 얇다. 논이 귀한 제주도에서는 보리로 오메기 누룩을 만든다.


누룩은 술에게 있어 생명이다. 좋은 누룩 없이는 술이 잘 되지 않아. 물론 누룩없이 술을 빚는 방법이 있다. 바로 닥나무 잎사귀로 고두밥을 싼 뒤 독에 넣어두는 것이지. 초재에 붙어 있는 효모를 쓰는 것이다. 또한 고대 오키나와에서는 미인주라 하여 예쁜 소녀들이 바닷물로 양치를 한 뒤 쌀을 씹고 뱉은 것으로 술을 빚었다. 전분을 침속의 효소로 당화하고 자연의 효모를 이용하여 술을 빚은 것이지. 그렇지만 이런 방법은 무척 희귀한 양조 방법으로, 이외의 모든 주방문은 누룩을 쓴다.


더불어 누룩 말고도 석임이란 밑술을 만들어 쓰기도 해. 석임은 죽에 다가 누룩을 넣어 효모균을 증식시켜 놓은 것이다. 이것은 마치 고대 중동에서 밀가루와 물을 섞어 두었다가 그것이 발효가 되면 조금씩 떼어내어 빵을 빚을 때 썼던 방식과 같은 원리지. 그렇지만 석임을 단독으로 쓰지 않고 반드시 누룩과 병행해서 쓴다.


이렇듯 술을 발견한 계기는 우연이였겠지만 술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이해하고 누룩을 발명해서 체계적으로 양조를 하는 것은 인간만이 유일한 만큼 술은 발명된 것이다.


할 말이 있나? 건설적인 반론은 언제나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