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빚은지 두달 하고도 일주일 즈음 되었다.
오늘 두시부터 네시까지 두시간 걸려 손으로 면포에 걸렀다.
ㅈㄴ 힘들다.
날이 추워지니까 다음달 8일 백로까지 바깥에 더 둘까하다가 오늘 걸러서 냉장고에서 후숙하기로 하였다. 생각해보니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기 전 추운 것은 냉장고나 밖이나 거기서 거기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술맛은 한 달 전 맛보았을 때보다 쓴맛이 적고 삼주 전 맛보았을 때보다 쓴 맛이 덜한데, 삼 주 전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밑술에 들어가는 물이 적어 차마 삭지 않은 쌀 향이 강하네. 생쌀을 씹었을 때의 그 맛을 생각하면 된다. 술맛은 술이 아직 덜 된 느낌이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일 이주동안 후숙을 진행해 볼 예정인데, 술 맛을 보니 아직 거르지 말 것을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기포가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보니 주발효는 확실히 끝나 더 오래 둔다한들 날 것의 쌀 향은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거르는데 애를 먹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삭지 않은 전분 때문이었겠지. 내일 와서 위 맑게 뜬 청주의 양을 봐야하겠지만 청주의 양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뭐 내일 보면 알겠지.
그래도 저 병으로 다섯병 반 정도 나왔고 지게미는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이 맛이 선조들이 마셨다던 추로주의 그 맛인지 아닌지 진위를 알 길이 없으나 문헌에는 술 맛이 좋고 술의 빛깔이 희고 순수하고 하였으니 사진에 보는 것과 같이 술의 빛깔은 문헌의 표현과 일치한다.
알콜 도수는 제법 나온다. 조금만 마셔도 취기가 느껴질 정도다. 아마 넓게 잡아 10도에서 15도 사이가 아닐까 추정한다.
내년에는 매달의 돼지일에 빚는 삼양주인 해일주를 빚어볼까 하는데, 쌀이 많이 들어가는 관계로 확실하지 않다.
해일주를 안빚는다 하면 날씨가 따듯해지는 5월 중순까지 술을 못 빚으니 이번에 거른 술은 아껴 마셔야겠다.
참고로 지난 봄에 빚은 쑥술은 무척이나 좋은 술로 나와서 여름동안 아껴 먹다가 한병을 남겨두어 냉장고에서 여름내내 묵혀두었다가 추석에 외할아버지 제사 지낼 때 제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