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한국에 일하러 온 인도네시아 남자친구랑 1년 넘게 사귀다 지난주 헤어졌어요..
그 친구는 당연히 무슬림이고 저는 기독교에요. 처음엔..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발리가 있다는 사실도,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는 것도, 하루에 기도를 5번 한다는 것조차 아예 몰랐는데...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막상 친하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 것 같아요..
그 친구와 진지하게 사귀면서 슬슬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 당연히 저는 사귀는 상태에서는 한국에서의 직장, 가족... 다 팽개치고 인도네시아로 떠날 수 있을 만큼..
한 마디로 그 친구에게 미쳐있었죠..
그런데 지난주 만났을 때 진지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인도네시아 많이 힘들어.
인도네시아.. 한국이랑 너무 많이 다르고
특히. 무슬림으로 살아가기에 더더욱 힘들 거야..
하루 5번 기도도 해야 하고... 라마단이 되면 금식도 해야 하고, 더운데 히잡도 써야하고, 네가 싫어하는 "안돼 안돼" (금기사항) 가 너무 많아..
(예전에 남자친구가 그랬어요..."나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무슬림이라..선택의 여지 없이 무슬림이 됐지만, 종교를 선택할 수 있다면...나는 절대 무슬림으로 살고싶지 않아" 라고..)
너희 부모님이 알면 크게 반대하실 거고...
나는 한국에서 일해 돈을 벌었지만.. 그렇다고
인도네시아에서 부자도 아니고, 돈도 없다..
Rumah bgs도 아니고 네가 생각하는 자카르타의 화려한 빌딩들도 없는 촌구석 org kampung이다...
한국에서 너는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지만... 만약 내가 너와 결혼한다면
나는 너에게 좋은 것, 네가 사고싶은 거 다 해줄 수 없다...
나는 네가 힘든게 싫어...
라고요..
평소같으면 웃으면서 그냥 알겠다고 했을텐데
그친구 눈빛이, 표정이 진지하더라구요...
그 자리에서 엄청 울었어요.
그냥 소리 내서 펑펑 울었습니다..
네... 사실 저도 알아요. 이루어질 수 없는 거..
처음엔 진짜 너무 빠져있어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은 생각도 못 했지만, 6개월.. 1년 ... 시간이 지나니까 천천히 다가오더라구요..
근데 막상 이렇게 이별을 경험하니 슬픔의 크기가 배가 됐네요..
지금 딱 1주일 차인데... 아직도 예전 사진들이며, 데이트 한 장소... 지나칠 때마다 사무치게 그립고 너무너무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데
하루가, 1시간이...1년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
* 안 믿는 분들이 많으셔서 잠깐 사진 올려요
(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