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비도 좋지만
민들레 잎이나 씀바귀 또는 고들빼기가 좋다. 쌉싸름한 것이 고기랑 된장 넣고 쌈싸 먹으면 느끼하지 않고 환상이더라. 집옆 오솔길에는 매년 같은 자리에 돗나물이 자라 그것도 따서 한바가지 갖고 왔다.
할머니가 들깨랑 호박을 심어 놓으셔서 깻잎도 따먹고 호박 잎도 따서 데쳐서 고기 먹을 때 같이 먹었다. 캬.
우리 할머니 장맛이 정말 좋다.
외갓집 주변에 널린 것이 야생초라 산책겸 돌아다니면서 줍줍했다. 아랫 마을에 사촌 동생들이랑 산보갔는데 민트가 있어 좀 따와서 식사 후 입가심으로 씹으니 개운하더라.
심심해서 홀로 뒷산에 오르니 할아버지의 흔적이 이것 저것 눈에 띄더라.
할아버지가 닦아놓은 오솔길 톱으로 잘려진 나무... 중턱 이상으로는 길이 없더라. 뭐 오르면 오를 수 있지만 3년전 겨울에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길을 잃어 계곡 끼고 내려가다가 옆마을까지 고생하며 갔던 기억이 있고 힘들어 오던 길로 내려왔다.
3년전 정상 부근에 갔었을때 오래된 무덤이 세개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방치된지 오래되어 멧돼지가 판 흔적이 있어 흉물스럽더라. 특히 그 무텀 중 한개에는 매우 오래되어 보이는 비석이 있었는데 한문을 모르는 내가 그 내용을 이해할리는 없었지. 무슨 무슨 공이라는 것은 이해했는데 뭔가 이름있는 사람이었거나 할아버지는 모르지만 먼 조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조부가 경주 이가인데 마을에 경주 이가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산 것이 임란 이후 광해군 때란다. ㅎㄷㄷㄷ 거기에다가 오랫동안 호랑이로 유명하여 마을 이름도 호랑이랑 관련이 깊고 호랑이가 살던 굴도 여럿있다고 어른들께 들었다. 가보고 싶으나 사람들이 오랫동안 오가지 않아 길이 없어졌을 거라고 하더라.
오는 길에 버섯들을 줍줍했는데 우리 할머니도 무엇이 먹을 수 있는 버섯인지 모르셔시고 구글 검색해보니 독버섯이 섞여 있어 그냥 시냇물에 흘려 버렸다.
희한한 식물을 봤다. 처음엔 엥 뭐지 버섯인가 하고 봤더니 꽃이다. 하얗다. https://www.digitalnaturalhistory.com/flora_monotropaceae_index.htm
나중에 찾아보니 꽃은 꽃이고 상당히 귀한 종이더군.
다년생인데 엽록소가 없어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하여 공생하는 박테리아가 분해하는 유기물로부터 양분을 얻는 다더군. 멸종위기종이라던가?
그날 밤에는 난생 처음 반딧불이를 봤다. 와... 소름이 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