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네시아 은행 종류
오늘은 경제생활의 필수인 은행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해. 인도네시아에는 은행이 정말 많아. 체감상 한국의 2배 3배 이상이야. 물론 인구가 많으니 당연한거 아니냐, 라고 말할수도 있지만 의외로 시골지역에 가보면 멀쩡한 다 큰 어른도 은행계좌를 안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고 은행을 뭔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물론 내가 말하는 시골은 아직도 사람들이 가족 경영으로 농사짓고 사는 중세적인 동네 이야기야.
여하튼 먼저 은행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투자은행이야 이 글을 읽는 사람들하고 별로 엮일 일이 없을테니 그냥 생략하고 상업은행만 다룰게.
인도네시아의 은행은 먼저 국영은행, 사립은행, 외국계은행 그리고 번외로 샤리아 은행으로 종류를 나눌 수 있지.
1) 국영은행
먼저 국영은행은 Bank Mandiri, BRI (Bank Rakyat Indonesia), BNI (Bank Negara Indonesia) 삼대장이 있어. 하나하나가 한국으로 치면 거의 농협은행급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할거야. 특히 Mandiri나 BRI는 네덜란드 식민시대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나름 유서깊은 은행들이라고 할 수 있지.
자산가치로 넘버원은 BRI야 인도네시아 인민은행(?)이라는 뭔가 사회주의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은행인데 BRI는 의외로 규모에 걸맞지 않게 별달리 이슈도 없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고 뭔가 장점도 단점도 안보이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좀 떨어져 있는 은행이야. 인도네시아인들도 잘모르는 사실은 은행 전산망용으로 위성을 쏴올린 적도 있는 뭔가 대인배 스러운 은행인데, 정책이 외부에서 은행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것 자체를 별로 선호하지 않나봐. 물론 은행이 위성을 개발한건 아니고 위성과 로켓을 사서 쏜거지.
Mandiri는 BRI가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는 항상 원탑이었어. 지금도 나이든 인도네시아인이나 한국인 교민 중에는 mandiri가 탑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직원들 월급은 아직도 BRI보다 더 나을거야. 내가 생각하기에도 단순한 자산가치말고 은행의 위상이나 금융계에서 받는 대접은 Mandiri가 아직도 BRI보다도 위에 위치하고 있는것 같아. 자체적으로 박물관도 가지고 있는 은행의 역사가 인도네시아 금융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은행이지. 여러은행을 통합해서 만든 은행이라 mandiri라는 이름 자체는 뭔가 근본이 없어.
BNI는 인도네시아국립은행이라고 이름 자체가 아무런 특징이 없는 중앙은행스러운 이름이야. 실제로 자바은행 (현재 인도네시아은행 BI) 이 발권업무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BNI가 독립초창기 통화발권업무를 담당했을 정도로 중앙은행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기도 했었지. BNI는 한국에도 지점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신기한게 히잡쓰면 안되는 룰이 있더라고. 그리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나름 국제적으로도 인지도가 있는 자바 재즈 페스티벌의 공식 스폰서라 아예 BNI 재즈 페스티벌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
위의 3대 국영은행은 자산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지점수, 서비스 수준 등이 다 엇비슷하기 때문에 개인이라면 어디를 골라서 이용하든 큰 문제가 없고 그냥 맘에 드는 색깔로 고른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을거야.
이 3개 은행이 자산가치, 지점수, ATM수 등 압도적이고 나름 국영은행 4위인 BTN(bank tabungan negara)도 앞의 3대은행의 절반 규모도 안되는 수준이야. 그리고 other 쯤으로 분류할 수 있는 bank kalbar, bank NTT, bank jambi, bank banten, 등 온갖 잡 국영은행이 있는데 이 은행들은 중앙정부가 아니고 각 주정부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지방재정관리용 은행이라고 할 수 있지. 본인이 주정부랑 같이 무슨 건설사업을 한다거나 하지 않은 이상 한국 사람이 이런 은행을 방문할 일은 거의 없을 거야.
2) 사립은행
사립은행의 원탑은 BCA(Bank Central Asia) 야. 담배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은행으로 한국같으면 금산분리법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여담으로 BCA는 이름이 central asia이긴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랑은 1도 관련이 없는 은행이야. 이 은행의 좋은 점은 개인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정말 뛰어나서 어느정도 소득이 있는 도시 거주민들이라면 대부분 BCA계좌를 하나정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될거야.
다만 역시 사립이다 보니 3대 국영은행이라면 주민 복지차원에서 남겨두는 외딴 섬, 시골 지역 지점이나 ATM은 수익에 도움이 안된다 싶으면 가차없이 철수 시켜버리기 때문에 고립된 깡촌에 사느냐 도시 한가운데 사느냐에 따라 서비스 질이 하늘과 땅 차이지.
그 외의 사립은행은 bank mayora, bank mayapada, bank maspion, NOBU bank (이름은 일본은행같은데 리뽀그룹 소유야) 등이 있는데 이 은행들도 금산분리 따위는 씹어 먹은 인도네시아 재벌소유 은행들이야. 금산분리야 찬반 양쪽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고 주제랑은 관련이 없으니 아무 말 않겠어.
3) 외국계은행
인도네시아에는 외국계 은행이 정말 많아. 외국의 은행들이 투자해서 세운 은행도 있고 심지어 외국정부가 투자해서 세운 은행들도 있어. 다국적금융 계열 은행들은 대표적으로 커먼웰스은행 계열의 bank commonwealth, OCBC 계열의 bank OCBC NISP, DBS 계열의 bank DBS Indonesia,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계열의 bank BTPN (Bank Tabungan Pensiunan Negara 번역하면 국립연금저축은행이라고 이름은 완전 국영은행인데 현실은 일본계 은행) 등이 있고 이외에도 다 언급을 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이 있어.
한국의 은행들도 인니 금융시장 갈라먹기에 예외는 아니라서 하나은행계열의 Bank KEB hana, 우리은행계열의 bank woori saudara, 국민은행 계열의 bank KB bukopin (Bank Umum Koperasi Indonesia 인도네시아조합상업은행이라고 이것도 이름만 봐서는 무슨 신협이나 국영은행같은데 얼마전에 국민은행에 인수당해서 한국계은행이 되어버렸지) 이 진출해 있고 이외에도 기업은행이나 신한은행도 영업을 하고 있어.
4) 샤리아 은행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샤리아라는 이름이 낯설꺼야. 이슬람권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금융기관인데 이해를 하려면 먼저 이슬람 교리에 대하여 이해를 할 필요가 있어. 이슬람 교리에서는 이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교리를 그대로 따르면 대출도 불가능하고 예금 적금 이런것이 전부 불법이야. 이자를 받을 수가 없는데 어떤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겠니? 또 이자가 없는데 뭐하러 적금을 들고, 수익이 없으니 은행직원 월급을 어떻게 줄 수 있겠어? 따라서 이슬람 교리를 그대로 따르면 아예 현대금융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수준이야. 심지어 국가가 채권을 발행해도 이자가 없는데 어느 누가 국채를 살까?
그래서 나온게 샤리아 은행으로 일종의 꼼수라면 꼼수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해서, 이자 대신 이용료, 벌금, 임차료 등으로 이자 비슷하게 돈을 주고 받도록 하는 금융상품을 운영하는 은행이지. 세세하게 따지자면 여러 다른 부분이 존재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이자를 이름만 바꾼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생각해. 여튼 이런 샤리아 은행은 대부분 큰 은행들이 자회사를 세우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예를 들자면 BCA Syariah 같은 식으로. 골수 이슬람신도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려고 만든 껍데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은행 내부적으로는 그냥 하나의 조직과 시스템이라고 봐도 큰 상관이 없어.
이런 껍데기 샤리아 은행 말고 진짜 샤리아 은행은 사립으로는 Bank Muamalat이 있고 국영으로는 BSI (bank syariah indonesia)가 있어, 원래는 각 국영은행별로 Mandiri Syariah, BRI Syariah 등등 따로 있었는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있는 이 국영 샤리아은행을 모조리 모아서 하나로 통합해버린 거지. 이유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장기적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고 예상하고 있어. 아무래도 한 은행안에 또 다른 은행이 존재하다보면 비자금의 창구나 회계조작의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으니까.
2. 어떤 은행을 골라야 하는가?
일단 루피아 계좌는 아무래도 외국계은행보다는 인도네시아 현지의 국영은행이나 사설은행으로 고르는게 많이 편리할꺼야.
그럼 현지 국영 사설은행 중에 어떤 은행을 골라야 할까? 직장생활을 좀 해본 독자라면 바로 알 수 있을거야. 근무하는 회사 사무실 빌딩에 지점이 있는 은행이지.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게 안 그러면 은행 한번 가려고 연차나 반차를 내야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 꼭 본인 회사 사무실 빌딩이 아니라도 옆건물에 있는 은행지점도 괜찮고 여하튼 접근성이 높은 은행을 골라야 해. 그렇게 접근성이 높은 은행을 찾다보면 높은 확률로 BRI, Mandiri, BNI의 국영은행 3대장이 아니면 BCA를 고르게 될거야. 나는 내가 근무하는 회사 건물에 BCA지점이 있어서 BCA계좌를 가지고 있어. 예전에 모바일뱅킹이 블록된 적이 있었는데 한 건물안에 은행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슬그머니 대충 갔다 올 수 있었지.
실제로 회사에서 그냥 계좌를 만들어 주는 경우에도 같은 건물안에 있는 지점의 계좌를 열어줄 경우가 많을 거야. 회계 담당직원이랑 같이 쉽게 가서 만들수 있으니, 아니라면 그냥 계좌를 하나 더 만들어도 상관이 없고.
‘아니 그건 최소 대도시 시내에 근무하는 배부른 사람들 한테나 해당되는 말 아닌가? 내 직장은 중부 자바 한가운데 심심하면 전기도 끊기는 촌구석이라고! 장난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이런 사람들을 위한 노하우는 바로 공휴일 운영지점이야.
3대 국영은행 및 BCA는 각 주요도시에 토일요일 운영하는 지점을 가지고 있어. 물론 자카르타에 제일 많지만 반둥, 스마랑 같은 자바섬 내의 도시들부터 마카사르, 팔렘방, 메단 같은 타 지역섬의 도시에도 공휴일 운영지점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 본인의 공장에서 가까이 있는 휴일 운영지점을 확인해서 해당하는 은행의 계좌를 만들면 편할꺼야.
그럼 공휴일에 운영하는 지점을 어떻게 확인하냐고? 구글로 검색을 해도 되고 해당은행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한국의 은행보다 확실한 장점인데 웃기게도 인도네시아에서 최소 3~4년 이상 살고 인도네시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나서는 사람들 조차 토일요일 은행 영업한다는 사실을 모르더라. 여담이지만 미국도 토일요일 운영하는 은행지점들이 있어. 이런 부분은 한국의 은행들이 배워야 할 점이야.
그런데 만약 미국달러, 싱가포르달러 등 외화 계좌를 만든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져, 웃기게도 위의 기준을 따라 고른다면 고스란히 은행에 본인의 외화를 헌납하게 될거야. 왜냐하면 국영은행이나 로컬 사립은행은 외화예금에 대하여 이자는 커녕 계좌유지비라는 명목으로 예금에서 돈을 빼가거든.
외화를 운영한다면 반드시 외국계 은행을 이용하도록 해야해. 많은 외국인들이 OCBC, HSBC의 외화 통장을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한국교민들은 Woori Saurada, KEB Hana의 외화통장을 사용하고 있어. 한국계은행을 사용하는 이유는 한국의 동일 은행계좌로 송금을 할때 일단 송금수수료가 저렴하고 둘째로 온갖핑계로 돈을 물리는 현지은행들과는 달리 일정금액 이상을 예치하고 있다면 계좌유지비조차 무료이기 때문이지. 이제 KB Bukopin이라고 하나 더 생겼으니 선택의 폭이 조금 더 늘어난거야. (하나은행은 최근에 사고를 쳐서 말이 많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을게.)
3. 계좌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계좌를 만드는 것 자체는 한국과 다를바없고 여권, KITAS 정도만 들고가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설명할 것이 없어. 다만 한가지 주의 사항은 계좌를 만들때 등록한 휴대폰 번호가 모바일 뱅킹에 연동될 수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나중에 전화번호를 바꾸게 되면 반드시 다시 은행에 새 번호를 등록하는 것이 좋아.
그리고 가끔 이상한 사유로 모바일뱅킹이 블록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보험 차원에서 SMS뱅킹도 등록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통은 회사 경리 직원이 하나 붙어서 잘 도와줍니다.)
일단은 여기까지만 쓰고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이나 카드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다시 추가해줄게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