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척결, 더 이상의 뇌물수수는 없다
- 정석대로 연장한 운전면허증
내가 인도네시아 운전면허를 가진게 벌써 4년째다. 면허증을 딴게 아니라 4년전에 50만 루피아를 주고 샀다. 운전이라는 것이 생명과 직결되는 것인데 면허증을 그냥 돈주고 사도 되는건가 싶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외국인이라 면허증을 딸때 필요한 서류나 방법을 잘 몰라서 항상 남편 회사 직원분이 와서 도와주고 우리는 가서 사진만 찍었다. 지금 수라바야는 외국인도 5년짜리 면허증이 나온다는데 끄디리는 아직도 1년짜리 밖에 나오지 않아서 매년 연장을 해야한다. 그때마다 뒷 돈을 주고 브로커를 껴서 연장을 하곤했다. 뒷돈 주는게 부당하고 싫어서 우리가 직접 해 볼라 치면 한번에 되는게 아니라 하러 갈때 마다 뭔 서류가 부족하다 다시 와라 어째라 해서 그냥 뒷 돈을 주고 해 버리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완전히 시스템이 바뀌었다.
면허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니 경찰이 앉아 있고, 이름을 적으란다. 내가 저기 친구가 와 있어서 만나면 된다니 그래도 이름을 적으란다. 도대체 무슨 소린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면허증을 할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줄을 서 줄 수 없게 하려고 본인 이름을 적고 본인이 직접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전에는 돈 받고 줄 서주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는데 뭔가 다른 분위기다.
최근 인도네시아 어느 섬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받은 관료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인도네시아에서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서 면허시험장에서도 한푼의 뇌물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단다. 한국의 김영란법 처럼 여기 인도네시아에서도 시행을 하나보다. 지금 인도네시아 대통령인 조꼬위는 부정부패 척결을 가장 내세우며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점점 투명해 지는 사회가 되는 느낌이라 좋다.
전에 뒷돈을 주고 면허증을 할때는 줄이 엄청나게 길고 기본 한두시간은 기다려야 했는데 오히려 돈도 훨씬 적게 들고 간편하게 면허증을 딸 수 있게 된 지금 사람이 너무 없다. 돈도 훨씬 적게 들고 더 쉽게 딸수 있는데 사람이 이렇게나 없다니 정말로 신기한 일이다.
서류를 내고 기다리면 면허증 발급수수료를 내는데 본인이 아니면 수납을 할 수 없다. 대신 줄서기를 방지하려는 것인가보다. 뒷돈을 주고 할때는 매번 30만 루피아씩을 줬는데 오늘은 8만 루피아 밖에 내지 않았다. 그간 내가 낸 돈이 아까워지는 순간이다.
전에는 한달전, 2주전, 지나서도 갱신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딱 3일전부터 갱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뭔가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은 좋으나 3일전부터 갱신이 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나 여유가 없다. 최소한 일주일 전부터는 되야지.. 이렇게 바뀐 시스템 때문에 내일이 면허증 만기라 오전에 끄디리까지 3시간이 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고 왔다.
접수를 끝내고 이름을 부르면 안으로 들어 가는데 전에 없던 출입문이 보인다. 서류를 받을때 함께 받은 카드를 데야만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 면허증을 하지 않는 사람은 들어 가지도 못 하고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데 나는 외국인이라고 회사직원분과 함께 들어 갔다. 와~! 여기 일년사이에 뭔가 엄청난 변화가 보인다.
들어 가니 우리 서류를 다시 주고, 서류를 작성하라고 한다. 직원분이 알아서 다 적어 줘서 좋은데, 내 성을 맘대로 바꿔 써 놨다. ㅎ
다 큰 성인의 면허증을 하는데 부모님 이름도 다 적으란다. 이 나라에서 뭔가 작성 할때 자주 있는 일이지만 부모님 이름을 왜 쓰나 싶다.
작성한 서류를 가지고 사진 찍는 방으로 들어 가서 사진을 찍는다. 회사 직원분이 같이 들어 가니 면허증을 하지 않는 사람은 나가 있으란다. 직원분도 엄청 깐깐해진 시스템에 많이 놀란다.
준비도 안 됐는데 다 찍었단다. 사진 찍을때 최소한 하나, 둘, 셋은 해 줘야지. 그렇게 찍어서 입 헤 벌린 사진이 나오고야 말았다.ㅠ
이렇게 해서 갱신한 내 네번째 인도네시아 면허증이다. 이 나라 면허증에 키는 모두가 160cm로 표기된다. 죄다 160cm 로 할거면서 키는 왜 적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이 면허증은 외국인 면허증이고 현지인들 면허증에는 종교도 들어 간다. 이 나라는 종교의 의무가 있기때문에 신분증과 면허증에 종교가 꼭 들어가 있다.
면허증을 발급 받고 밖으로 나와서 직원분과 기사님과 함께 인도네시아 길거리 음식을 먹었다. 수라바야로 이사가고 끄디리의 즈낭이라는 요것이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회사 직원분이 먹는다길래 나도 같이 먹은 것이다. 그냥 보면 풀 같고 영 안땡기지만 먹어보면 쫄깃한 찹쌀들이 들어 있어서 너무나 맛있다.
맛 없게 생겼다고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안 먹지만 나는 너무나 좋아한다. 즈낭 한 그릇 먹고 다시 3시간 달려서 수라바야로 돌아 왔다.
공정하고 맑고 투명한 행정이 인도네시아에 변치 말고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끄디리뇨냐와 즐겨보는 인도네시아
by 끄디리뇨냐(차인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