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민국에 걸린 분이 있어서, 몇년 됐지만 제가 이민국에 붙들렸던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뭐 오래 사신 분들은 많이들 아는 얘긴데, 뉴비 분들은 좀 알고 계시는 게 좋을 듯 해서, 좀 자세히 쓸게요.


몇년전에 자카르타 소재 한 회사에서 일할 때였는데, 그때 대표님하고 상사분들, 그리고 출장자 분들하고 건물 1층에서 점심을 같이 먹고 있었습니다.

근데 보통 한 건물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어느정도 낯이 익거든요. 대충 하고 다니는 모습도 감이 오구요.

그런데, 처음 보는 듯한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까만 자켓에 다크서클인 남자가 저를 유심히 보더라구요.

근데 나중에 식사 끝나고 올라가니까, 그 사람들이 따라 올라왔고, 그 다크서클이 저한테 경찰증같은 걸 내밀었어요.

그리고, 저보고 여기서 뭐하냐고 그러데요.

그래서, 경찰인 줄 알고 황당해가지고, 그냥 일하고 있다고 그랬죠. 이민국의 존재도 잘 몰랐을 때니까요.

그러고 끼따스를 보여달래서, 무심결에 그냥 지갑에서 꺼내서 줬습니다.

그리고 제 테이블에서 명함을 살펴보더니, 제 이름을 한번 읽고 끼따스랑 비교하더라구요.

그러고나서 제가 여기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봤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 직무는 약간 달랐지만, 당시 대답은 imta(근로하가서)의 제 직무인 marketing 과 일치하게 말했습니다.

(이게 왜 운이 좋냐면, 전 그때까지도 제 imta에 제가 marketing advisor 인 줄 몰랐거든요.)


당시에 출장자들은 무비자 입국을 했었던 상황이었는데, 대표님이 몰래 화장실로 도망가라 그랬다 걸렸죠.

제 기억에, 그 출장자분들은 여권을 뺏겼어요.

한분은 여권이 호텔에 있다고 했었던 걸로 아는데, 그래서 호텔로 이민국 단속 직원이 같이 따라갔나?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업무는 마비됐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뭐 제가 잘못한 게 없으니까, 당당했는데, 그때 거기 이사님이 이민국 직원들하고 미팅룸에서 나오시더니, 저보고 제가 걸렸데요.

당시 회사 대표님은 아주 저를 좀 한심하게 보셨었죠. (kitas 나 명함 그런 걸 왜 바보같이 줬냐고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걸린 사유는, "imta의 제 직무가 명함과 달랐다" 입니다. 명함은 그냥 manager로 돼있었죠.

그날 체포나 그런 건 없었지만, 다음날 오전에 출장자 분들과 한국계 인도네시아인 상사분이 동행해서 이민국에 가게 됐습니다.


다음날 이민국에 가보니, 사무실 건물에서 같이 일하던 다른 회사 한국인도 제 뒤에 오더라구요. 그리고, 그 외에 몇몇 동양인들이 있었구요.

이민국은 조사받으러 들어갈 때 전자소지품 검사를 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단 저를 먼저 불러서 조사했습니다.

그때 저는 manager는 직급이고, marketing 은 직무 아니냐? 내 밑에 직원 몇명있다. 나는 디렉터한테 오더 받아서, 이 실무 직원들 내가 managing 한다, 그러니까, 매니저 맞고, 난 한국인 상대로 내 직무인 마케팅 한다, 이렇게 말했죠.

이민국 직원은 몇마디 반박했지만 제가 대답을 잘 했고, 뭐 알겠다고 했었습니다.


좀 있다가 한국계 인니인 상사분이 같이 동행해서 조사를 같이 받았어요. 그냥 저는 뭐 가만 있고, 그분이 사인하라는 것만 사인하고 뭐 그랬던 거 같에요. 저는 뭐 외국인이니, 조사관이 그분이랑 거의 다 얘기하셨죠.

그리고, 저는 먼저 나왔는데, 저 포함해서 출장자분들 모두 1인당 5천만 루피아씩 달라그랬답니다. 

그때 출장자분들은 걸릴 줄 알았지만, 저는 왜 걸렸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갔죠. 

왜냐면, 제가 그런 사유로 걸리면, 회사 나머지 한국인 분들도 다 걸리거든요. (실제로 회사 한국인 명함은 그날 모두 바꿨습니다)


며칠 지나니까 카톡 교민 단톡방에, 명함에 직무가 imta와 같이 안 써있으면 잡힌다고 주의하라는 카톡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쯤해서, 제가 친하게 지내는 분들 중에는, 이민국 직원들 회사 건물에 왔다니까, 아예 몰래 창고에 숨어서 안 걸렸다는 형도 있었고,

명함 달라고 할 때 명함없다고 하면서 영어, 인니어 못 하는 척으로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는 분도 봤습니다.

저는 인도네시아 사정도 잘 모르던 때라, 너무 대놓고 협조해줬었죠. 


참고로 제가 이민국 포함해서, 관공서 출석해서 조사 좀 몇번 받아봤는데, 사실 다 비슷해요.

공통적인 건, 본인의 해명이 안 통합니다. 그리고 조사받으면 처벌 얘기를 많이하거든요. 

니가 뭘 위반했으니, 이게 몇년 형이고, 벌금이 얼마고 이러면서, 엄청 압박하는데, 결론은 돈얘기를 꺼내기위한 초석입니다.


현지인들하고 얘기해보면, 인니는 공무원들이 이런식으로 돈 모아서 자녀 유학도 보내고 그럽니다.

아무튼 이민국 단속은 저런식으로 일단 잡고보는 거니까, 애초에 잘 피해 다니세요. 

괜히 걸리면 회사분위기 안 좋아지고, 조사 받느라 고생 좀 합니다.